헛디딘 발에게

2004.07.28 14:15

조만연.조옥동 조회 수:105 추천:9

헛디딘 발에게  

                                          
                                                    조옥동

        
기우뚱 몸이 허공에 내동댕이치던 날
부러진 다리를 처음
머리보다 높이 매달고 누웠다
바닥에서만 자유롭던 발은 불편하고
맨 윗자리에서 밀리지 않던 머리는 지근거리고
제 모습 잃고 반쯤 공중에 떠 있는 몸뚱어리
머리 속에 가두어 아래로 숙일 줄 모르던 욕망들
절망의 바닥으로 함께 도르래를 타고 떨어졌다

가지런히 오르던 가지들 부러지고  
신음의 이파리 사방으로 흩어 논
뿌리 잘려 나간 나무토막 이였다 나는
온통 흰색을 배경 하여 그려 논  

걷고 달리고 오르내리며 함께 한 세상
여린 발가락 다섯을 달고
온 몸 지탱하는 두 개의 발에게
감사해 보았는가
신발 속에 소리 없이 감추인 모습
부르트고 피 흘려 채이고 가시 찔린
수많은 날들 목적지를 향하여 가는 동안
발목이 저리도록 동행을 거절하지 않았다  

어느 날 헛디뎌 다리뼈 부러지던 날
머리와 가슴에만 매달려 나를 지키려든
어리석음 아파 와 눈을 감고
이제 뿌리를 생각했다

풍상을 겪어낸 지난 날
곧게 뻗은 가지와 짓 푸른 잎만을 노래하였지
땅을 부등켜 안고 안간힘 다하여 몸을 세워준
흙 속 뿌리의 존재를 무시한
내 無心이 깨워지던 날
내 뿌리를 생각했다 생각의 뿌리
영혼의 뿌리를 그리고 그의 실 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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