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라에 사는 제자에게
스승의 날에 띄운 홍시인의 시와 글,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고, 또 읽었어요.
고교시절을 돌이켜 생각하는 홍시인의 추억은 어쩌면 스승인 나에게도
한가지로 벅찬 감격으로 와 닿던 것을 고백합니다.
계미의 한 해도 머지 않아 저물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하는 일없이 바빴던 한해였군요.
한 해 전 스스로 다짐하고 세웠던 계획이나 꿈이 이제 와 보니
자취 없이 지나가 버렸군요.
지난 해 6월에는 일본의 '고사기 학회'의 초청으로
오랜만에 일본에 건너가 학회 강당에서 강연을 하고 돌아왔지요.
20년만에 찾아간 동경 땅이 어찌나 변하였든지 ,
우리 서울만 변한 것이 아니었다고 새삼 느꼈지요.
나의 강연 주제는 일본신화에 보이는 천상세계--
'다까마하라'의 신화적 이미지와 그것의 현실재현 문제를 다루었던 것으로
강당을 메운 청중들이 매우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더군요.
아마 그것은 일본 고사기 학회에서 논문으로 내년에 출판되리라 믿습니다.
한국신화 연구론집을 내려던 계획은 또 다시 내년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홍선생은 나처럼 미루고 밀리지 말고 주옥같은 시편을
부지런히 사람들 가슴에 뿌리고 심어주시기 바랍니다.
먼 훗날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고, 열매를 맺도록.....
7월 31일
옛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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