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이 봄밤에

2005.04.25 05:09

장태숙 조회 수:487 추천:26

   안개, 이 봄밤에
                          

   1.
열에 들뜬 몽롱한 의식으로
햇솜뭉치 속으로 기어간다
따뜻하면서도 서늘한.
세포마다 바르르 떨며 열리는 하얀 핏방울
몸살을 앓고
백지 같은 표정으로 지우는 그리움만큼
내가 아프다

  2.
흰눈 자욱히 내리는 세상인 듯
가로수 솜털 하나까지 굼실굼실 일렁이는 마을
갓 집 지붕 한 쪽부터
기우뚱 들려져 사라지면
습자지 머금은 가로등 불빛
엷은 감귤색 꽃잎들 분분히 날리고
수천의 흰 손들이 허공을 도색하는
심장 먹먹한 이 봄밤에
은하수 한 줄기 비수처럼 가슴을 긋는다

  3.
희게 부푼 이마들
내 몸 속에 스며들어 시냇물 소리로 흐르고
나를 씻어내는 일은 신열에 흥건히 적셔지는 일
깨어나지 않는 내 눈꺼풀을 덮고있는
안개의 영혼이 나처럼 앓는다
견고한 적막 속에서
희게 바래 가는 이 봄밤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6 마른 꽃 장태숙 2006.12.04 571
85 판도라의 상자 장태숙 2006.11.10 569
84 Re..정토를 찾아 장태숙 2004.02.12 565
83 휴전선 장태숙 2007.06.28 558
82 그곳에서는 북소리가 난다 장태숙 2004.03.07 551
81 거리(距離) 장태숙 2004.03.24 546
80 이식(移植) 장태숙 2006.11.16 529
79 점점 지워지는 그림 장태숙 2006.10.22 522
78 눈동자 하나 장태숙 2004.03.07 514
77 올 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장태숙 2003.06.02 508
76 방생 장태숙 2004.01.08 507
75 그곳이 비록 지옥일지라도 장태숙 2006.02.11 504
74 딸의 눈물 장태숙 2005.07.20 495
73 Re..그 이슬로 장태숙 2003.06.09 488
» 안개, 이 봄밤에 장태숙 2005.04.25 487
71 군고구마 장태숙 2006.02.11 486
70 상흔(傷痕) 장태숙 2005.06.09 482
69 시인의 산문 장태숙 2006.11.22 480
68 버려지지 않는 것들 장태숙 2006.06.05 479
67 사이먼과 가펑클 장태숙 2004.08.27 479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31,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