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이 봄밤에
2005.04.25 05:09
안개, 이 봄밤에
1.
열에 들뜬 몽롱한 의식으로
햇솜뭉치 속으로 기어간다
따뜻하면서도 서늘한.
세포마다 바르르 떨며 열리는 하얀 핏방울
몸살을 앓고
백지 같은 표정으로 지우는 그리움만큼
내가 아프다
2.
흰눈 자욱히 내리는 세상인 듯
가로수 솜털 하나까지 굼실굼실 일렁이는 마을
갓 집 지붕 한 쪽부터
기우뚱 들려져 사라지면
습자지 머금은 가로등 불빛
엷은 감귤색 꽃잎들 분분히 날리고
수천의 흰 손들이 허공을 도색하는
심장 먹먹한 이 봄밤에
은하수 한 줄기 비수처럼 가슴을 긋는다
3.
희게 부푼 이마들
내 몸 속에 스며들어 시냇물 소리로 흐르고
나를 씻어내는 일은 신열에 흥건히 적셔지는 일
깨어나지 않는 내 눈꺼풀을 덮고있는
안개의 영혼이 나처럼 앓는다
견고한 적막 속에서
희게 바래 가는 이 봄밤에
1.
열에 들뜬 몽롱한 의식으로
햇솜뭉치 속으로 기어간다
따뜻하면서도 서늘한.
세포마다 바르르 떨며 열리는 하얀 핏방울
몸살을 앓고
백지 같은 표정으로 지우는 그리움만큼
내가 아프다
2.
흰눈 자욱히 내리는 세상인 듯
가로수 솜털 하나까지 굼실굼실 일렁이는 마을
갓 집 지붕 한 쪽부터
기우뚱 들려져 사라지면
습자지 머금은 가로등 불빛
엷은 감귤색 꽃잎들 분분히 날리고
수천의 흰 손들이 허공을 도색하는
심장 먹먹한 이 봄밤에
은하수 한 줄기 비수처럼 가슴을 긋는다
3.
희게 부푼 이마들
내 몸 속에 스며들어 시냇물 소리로 흐르고
나를 씻어내는 일은 신열에 흥건히 적셔지는 일
깨어나지 않는 내 눈꺼풀을 덮고있는
안개의 영혼이 나처럼 앓는다
견고한 적막 속에서
희게 바래 가는 이 봄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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