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지 않는 것들

2006.06.05 04:49

장태숙 조회 수:479 추천:35

     버려지지 않는 것들
                        

많은 것을 버리려 작정했다
삭아서 너절해진 오랜 시간과
희미해진 체취
열정 사그라진 눈 맞춤까지

옷장 구석에 쳐 박혀
잊혀진 사람들처럼 그것이 그곳에 있었는지 조차
까맣게 잊고 있던 옷들을 꺼내놓고
버릴 것과 말아야 할 것의 격렬한 싸움
팽팽하다

물기 가시지 않은 얼굴로
내 몸뚱아리 휘감고 팔랑거리던 세월들이
낡은 보푸라기 사이사이
전류처럼 짜르르 전해져 기억의 꽃등을 점화한다

딛고 온 날들은 고통조차도 아름답다고 했던가

뻐근한 그리움이 백목련 꽃잎처럼 분분히 날리는
옷장 앞에서
잠시 시퍼렇게 멍든 단추 하나 매만지다
이삿짐에 합류시키는 이 무모한
결국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6 마른 꽃 장태숙 2006.12.04 571
85 판도라의 상자 장태숙 2006.11.10 569
84 Re..정토를 찾아 장태숙 2004.02.12 565
83 휴전선 장태숙 2007.06.28 558
82 그곳에서는 북소리가 난다 장태숙 2004.03.07 551
81 거리(距離) 장태숙 2004.03.24 546
80 이식(移植) 장태숙 2006.11.16 529
79 점점 지워지는 그림 장태숙 2006.10.22 522
78 눈동자 하나 장태숙 2004.03.07 514
77 올 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장태숙 2003.06.02 508
76 방생 장태숙 2004.01.08 507
75 그곳이 비록 지옥일지라도 장태숙 2006.02.11 504
74 딸의 눈물 장태숙 2005.07.20 495
73 Re..그 이슬로 장태숙 2003.06.09 488
72 안개, 이 봄밤에 장태숙 2005.04.25 487
71 군고구마 장태숙 2006.02.11 486
70 상흔(傷痕) 장태숙 2005.06.09 482
69 시인의 산문 장태숙 2006.11.22 480
» 버려지지 않는 것들 장태숙 2006.06.05 479
67 사이먼과 가펑클 장태숙 2004.08.27 479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31,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