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2004.08.25 09:52

김동찬 조회 수:89 추천:2

시커멓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이른 아침 산에 오르고
저물녘이면 내려오는
그 사람들

민간인을 가장해
우리들 깊숙이 침투해있는
그 수상쩍은 무리들

잘 분간이 안 가지만
잘 살펴보시라,
유난히 큰 그들의 귀.
말을 아끼고
듣는 걸 좋아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산사람들의 귀는 당나귀 귀.
산사람들의 귀는 당나귀 귀.

산이 침묵으로 말하는 이야기와
풀벌레와 들꽃의 미세한 노래까지
그 귀는 놓치지 않는다.

그들이 나무에 기대어 잠시 쉴 때에도,
때묻지 않은 푸른 바람
계곡의 물이 내려가며 들려주는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이제 히말라야의 가슴 깊이 숨겨진
비밀을 들으러 간다고 한다.
크레바스에 누워서 돌아오지 않는 산악인들과 셀파들이
왜 거기 그토록 오래 누워있는지...

한없이 작은 사람에게,
작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
살아서 그 위에 딛고 서있는 사람에게,
산중의 산들이,
만년설과 빙벽이,
거침없이 내리꽃히는 햇살이,
네팔과 티벳의 신들이,
산에 발붙이고 살아온 그곳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얘기를
그들은 그 큰 귀로 들을 것이다.

그리고 무얼 들었냐고 묻는
우리들 곁으로 돌아와
씨-익 건강한 웃음으로
히말라야의 이야기를 대신하리라.

산사람들의 귀는 당나귀 귀.
산사람들의 귀는 당나귀 귀.

  
* 2001년 히말라야 원정을 떠나는 재미한인산악회원들을 위한 축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