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비
2004.08.25 15:25
비가 오면 아버지는 우울해 하셨다.
어렸을 적 어떤 점장이가 할머니에게 말했단다.
그 아이에게 큰 비가 세 번 있다
태어날 때,
결혼할 때,
죽을 때.
아버지는 점장이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혹시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셨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 점장이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하셨다.
두 번은 맞았어.
이제 한 번 남았지.
나는 로즈힐에 아버지를 장사 지내며 따갑고 건조한 햇살들을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면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그 점장일 만나면 틀렸다고 얘기해 주세요.
나는 보상받을 길 없는 아버지의 우울 때문에 화가 치밀었다.
입심 좋았을 그 녀,
자기가 한 말을 태평하게 잊어버리고 쉬고 있을 그 년.
그런데 그 때 난 빗소리를 들었다.
세상이 물에 젖어 흐려지는 걸 보았지.
참말로 용한 점장이었다.
맞았어.
우리들 가슴에 내리는 큰 비.
어렸을 적 어떤 점장이가 할머니에게 말했단다.
그 아이에게 큰 비가 세 번 있다
태어날 때,
결혼할 때,
죽을 때.
아버지는 점장이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혹시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셨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 점장이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하셨다.
두 번은 맞았어.
이제 한 번 남았지.
나는 로즈힐에 아버지를 장사 지내며 따갑고 건조한 햇살들을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면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그 점장일 만나면 틀렸다고 얘기해 주세요.
나는 보상받을 길 없는 아버지의 우울 때문에 화가 치밀었다.
입심 좋았을 그 녀,
자기가 한 말을 태평하게 잊어버리고 쉬고 있을 그 년.
그런데 그 때 난 빗소리를 들었다.
세상이 물에 젖어 흐려지는 걸 보았지.
참말로 용한 점장이었다.
맞았어.
우리들 가슴에 내리는 큰 비.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499 | 마종기의 시-어느날 문득 | 조만연.조옥동 | 2005.01.12 | 364 |
10498 | 신발 속 세대차이 | 김동찬 | 2007.09.10 | 363 |
10497 | 아호(雅號)에 대하여 | 김영교 | 2005.09.13 | 361 |
10496 | 5월에 피는 미스 김 라일락(Lilac) | 泌縡 | 2019.08.03 | 357 |
10495 | 사막의 선인장 | 차신재 | 2014.10.01 | 355 |
10494 | 미주 한인문학의 실상 | 박영호 | 2004.11.07 | 352 |
10493 | 시집(詩集) 진열대 앞에 서면 - 전주호 | 그레이스 | 2004.07.30 | 352 |
10492 | 미미 | 박경숙 | 2005.06.23 | 346 |
10491 | 땅끝에서 만나는 사랑, 그 행복한 고독 -곽재구 시인 | 한길수 | 2005.03.15 | 346 |
10490 | 한국 순수 서정시의 꽃 | 박영호 | 2005.03.09 | 345 |
10489 | 네 잎 클로버 | 정해정 | 2006.02.15 | 344 |
10488 | 예스 그리고 노우 | 이성열 | 2005.02.13 | 344 |
10487 | 새해의 축복을 비는 마음 | 조만연.조옥동 | 2005.01.06 | 338 |
10486 | 미역국을 끓이며 | 강학희 | 2006.02.03 | 337 |
10485 | 조각공원의 크리스마스(제 1 동화집) | 홍영순 | 2010.01.21 | 337 |
10484 |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고 싶다 | 오연희 | 2004.08.26 | 334 |
10483 | 김호길, 황인숙, 고시조, 김영수, 유안진 | 김동찬 | 2006.01.23 | 331 |
10482 | 위기의 문학, 어떻게 할 것인가 | 이승하 | 2005.02.14 | 329 |
10481 | 비에 젖은 시 | 정문선 | 2006.07.28 | 328 |
10480 | 김치를 담그다 | 윤석훈 | 2006.06.24 | 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