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의 노래 / 석정희

2004.08.30 18:39

석정희 조회 수:118 추천:3

점의 노래/석정희


아무도 모른다
내가 하나의 까만 점인 것을
목숨을 대신하여 나를 지키고 있는
총알같은 이 설움을
아무도 모른다

점은 또 다른 점을 만났다가
더러는 헤어지기도 하지만 나에겐
또 하나의 점이 박혀있어
달빛 어리는 창가에 노래로 흘러도
아무도 듣는 이가 없다

밤과 낮이 맞물려 하루가 되듯이
내 점과 또 하나의 점이 포개져
유성으로 하늘을 떠돌고 있어도
아무도 보는 이가 없다

내 생애가 마쳐질 어느 날 저녁
이렇게 까만 두 개의 점을
마주 놓고 가만히 드려다 보면
그 안에 누구의 눈물이 괴어 있을까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시작노트

인생은 외로운 것.삶이란 떠 있는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는 내 내면의 고백이다. 나 외엔 나를 알아주는 누가 있으랴!
아무도 나를 모른다. 다만 목숨을 대신하여 나를 지키고 있는 또 하나의
점과 함께 설움을 삭이며 묵묵히 살고 있음에 때로는 외로움을 잊기도 한다.
소리도 모양도 없는 까만 점일 따름이지만 이 점이야 말로 나에게 있어
소중한 사랑 떵어리이며 내 의지의 대상인것이다.
언제까지나 맑고 깨끗하고 진실한 하나의 점으로 눈물 글썽이고 싶은
소박한 나의 소망이다.
"아무도 모른다" 를 반복한것은 내가 지니고 있는 점의 무한한 가치를
부여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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