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강

2004.09.02 15:16

장효정 조회 수:63 추천:1

    어머니의 江

                                                      장 효 정


질기고 질긴 세월 즙을 다 짜주고
굽은 등뼈만 남기신 채
젖은 옥양목처럼 누워만 계시는 어머니

그 정겹던 그윽한 음성은
말 줄임표로 닫아 버리고
하얗게 사위어 가는
억새풀 하얀 손만 흔드신다
우리들 한세상 든든히 버텨 내라고
연민으로 쓰다듬던 따스한 손길

팔남매가 다 파먹은 바싹 마른 가슴엔
출렁대는 어머니의 江
아직도 푸른 물이 뚝뚝 지는데
우린 어떤 노래로
저 깊은 강을 건널 수 있을까

쓸쓸한 은빛 머리칼엔
가릉가릉 나즉한 숨결처럼 풀어 내는
마른 국화향 어머니의 향수

어머니의 눈 속에는
지구촌을 휑궈줄 맑은 강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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