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님과 동정
2004.09.17 00:03
고모님과 동정 / 강학희
빳빳한 깃, 흰 동정을 보면
고모님 생각이 난다
고모님이 보인다
평생 동정녀童貞女로 사신
친정 고모님, 빳빳한 동정처럼 곧은 마음으로
빳빳한 하루를 총,총,총
만나는 길목마다 만나는 손길마다
정갈한 동정처럼 닦아주셨다
하루의 나눔도 구김 없이 반듯하게
하얀 동정처럼 준비하셨다
한번 써보지도 못한
고모님 아기집처럼 정갈한 여든 살 처녀
조금 삐뚤어진 치열 때문에
크게 웃진 않으셨어도
이제 처음 만난 하늘신랑 앞에서
파안대소하실 것이다
틀 없는 자유일 것이다
고모님 그리운 날은
뽀득뽀득 손빨래를 한다
뽀얗게 빨아 나를 넌다
흰 속곳 눈부신 파안대소
고모님을 만난다
빳빳한 깃, 흰 동정을 보면
고모님이 보인다.
고모님을 만난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439 | 해부 | 오연희 | 2004.09.15 | 32 |
10438 | 아버지와 낚시여행 | 홍인숙(Grace) | 2004.09.15 | 41 |
10437 | 그 친구들 | 문인귀 | 2004.09.16 | 30 |
10436 | 하늘가는 길 | 전지은 | 2004.09.16 | 49 |
10435 | 요즘 나는 무척 바쁘다 | 강학희 | 2004.09.16 | 42 |
» | 고모님과 동정 | 강학희 | 2004.09.17 | 48 |
10433 | 집 | 강학희 | 2004.09.17 | 64 |
10432 | 안착을 알리며 | 김영교 | 2004.09.20 | 105 |
10431 | 30여년 세월의 스승 권태을 선생님께 | 이승하 | 2004.09.20 | 76 |
10430 | 불꺼진 창 | 최영숙 | 2004.09.21 | 93 |
10429 | 가슴에 키운 흑진주 | 백선영 | 2004.09.21 | 65 |
10428 | 그대의 사랑으로 나는 지금까지 행복하였소 | 이승하 | 2004.09.23 | 56 |
10427 | 가을에 띄운 편지 | 강학희 | 2004.09.23 | 141 |
10426 | 눈 덮인 산정 (1) | 박영호 | 2004.09.24 | 92 |
10425 | 화원 산책 (2) | 박영호 | 2004.09.24 | 98 |
10424 | 영혼의 강 | 박영호 | 2004.09.24 | 97 |
10423 | 추석단상 | 오연희 | 2004.09.25 | 112 |
10422 | 떨쳐버릴 수 없는 친구 | 조정희 | 2004.09.25 | 191 |
10421 | 장례식에서 | 강학희 | 2004.09.26 | 106 |
10420 | 일상이라는 잡초 | 김혜령 | 2004.09.27 | 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