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님과 동정
2004.09.17 00:03
고모님과 동정 / 강학희
빳빳한 깃, 흰 동정을 보면
고모님 생각이 난다
고모님이 보인다
평생 동정녀童貞女로 사신
친정 고모님, 빳빳한 동정처럼 곧은 마음으로
빳빳한 하루를 총,총,총
만나는 길목마다 만나는 손길마다
정갈한 동정처럼 닦아주셨다
하루의 나눔도 구김 없이 반듯하게
하얀 동정처럼 준비하셨다
한번 써보지도 못한
고모님 아기집처럼 정갈한 여든 살 처녀
조금 삐뚤어진 치열 때문에
크게 웃진 않으셨어도
이제 처음 만난 하늘신랑 앞에서
파안대소하실 것이다
틀 없는 자유일 것이다
고모님 그리운 날은
뽀득뽀득 손빨래를 한다
뽀얗게 빨아 나를 넌다
흰 속곳 눈부신 파안대소
고모님을 만난다
빳빳한 깃, 흰 동정을 보면
고모님이 보인다.
고모님을 만난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439 | 나는 아직도 꿈에 만원버스를 탄다 석정희 | 석정희 | 2006.01.10 | 260 |
10438 | 내 안의 그대에게 (2) | 홍인숙(그레이스) | 2004.07.30 | 260 |
10437 | 풍경화 한 폭 | 차신재 | 2014.10.01 | 259 |
10436 | 약 한 봉지 | 장태숙 | 2005.02.14 | 259 |
10435 | 코코펠리 피리소리 | 박영호 | 2004.11.07 | 259 |
10434 | 재미있는 전쟁 | 정해정 | 2006.02.10 | 258 |
10433 | 9가지 성령의 열매와 메뉴 | 오영근 | 2005.12.13 | 258 |
10432 | 쌈밥 | 김영교 | 2004.12.09 | 258 |
10431 | 내 이름으로 된 통장 하나 | 노기제 | 2014.07.02 | 257 |
10430 | 술꾼의 어떤 모양새 | 노기제 | 2005.09.19 | 257 |
10429 | 사랑하고 싶을 때 | 김희주 | 2015.01.25 | 256 |
10428 | 바위섬 | 차신재 | 2014.10.01 | 256 |
10427 | 맥아더 공원에서 | 박영호 | 2006.02.27 | 254 |
10426 | 내조(內助)와 외조(外助) | 조만연.조옥동 | 2005.01.12 | 254 |
10425 | 내 안에서 물소리가 들려 | 장태숙 | 2005.08.25 | 253 |
10424 | 향수 | 유은자 | 2006.02.11 | 251 |
10423 | 골반 뼈의 추억 | 서 량 | 2006.01.10 | 251 |
10422 |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명상'의 에피소드 | 홍인숙(그레이스) | 2005.11.02 | 251 |
10421 | 추억으로 먹는 '대갱이' | 정찬열 | 2005.04.12 | 251 |
10420 | 공연 리뷰 '레미제라블' | 조정희 | 2005.01.17 | 2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