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 산책 (2)
2004.09.24 22:35
화원 산책 (2)
언젠가 잃어버린
내 시간의 조각들을 찾아
오늘도 나는 화원을 거닌다
꺾어진 꽃 가지에서
내 아픈 상처가 흘러내리고
가슴에 옛 슬픔이 고여 오지만
꽃잎과 풀잎들 사이 사이에
내 마음 풀어 놓으면
귓가에 바람 소리도 들리고
꽃대에 물 오르는 소리도 들리고
내 가슴 속에
꽃 피어나는 소리도 함께 들리고
문득 어디선가 뱃고동 소리도 들린다
머리 숙인 등꽃 같은 옛 여인이
지금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문득 문득 찾아 나서던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나는 비로소 피어 오르는 구름속
등꽃 속으로, 등꽃 속으로
신방을 찾아 들어가
분탕한 암술의 쎅스를
관음(觀淫)으로 나도 즐기고
긴 휘파람을 불며 불며
내 유곽인 화원을 나선다
아, 오늘도 나는 한끼의 꿈을
잘 챙겨 먹은 셈이로구나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439 | 나는 아직도 꿈에 만원버스를 탄다 석정희 | 석정희 | 2006.01.10 | 260 |
10438 | 내 안의 그대에게 (2) | 홍인숙(그레이스) | 2004.07.30 | 260 |
10437 | 풍경화 한 폭 | 차신재 | 2014.10.01 | 259 |
10436 | 약 한 봉지 | 장태숙 | 2005.02.14 | 259 |
10435 | 코코펠리 피리소리 | 박영호 | 2004.11.07 | 259 |
10434 | 재미있는 전쟁 | 정해정 | 2006.02.10 | 258 |
10433 | 9가지 성령의 열매와 메뉴 | 오영근 | 2005.12.13 | 258 |
10432 | 쌈밥 | 김영교 | 2004.12.09 | 258 |
10431 | 내 이름으로 된 통장 하나 | 노기제 | 2014.07.02 | 257 |
10430 | 술꾼의 어떤 모양새 | 노기제 | 2005.09.19 | 257 |
10429 | 사랑하고 싶을 때 | 김희주 | 2015.01.25 | 256 |
10428 | 바위섬 | 차신재 | 2014.10.01 | 256 |
10427 | 맥아더 공원에서 | 박영호 | 2006.02.27 | 254 |
10426 | 내조(內助)와 외조(外助) | 조만연.조옥동 | 2005.01.12 | 254 |
10425 | 내 안에서 물소리가 들려 | 장태숙 | 2005.08.25 | 253 |
10424 | 향수 | 유은자 | 2006.02.11 | 251 |
10423 | 골반 뼈의 추억 | 서 량 | 2006.01.10 | 251 |
10422 |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명상'의 에피소드 | 홍인숙(그레이스) | 2005.11.02 | 251 |
10421 | 추억으로 먹는 '대갱이' | 정찬열 | 2005.04.12 | 251 |
10420 | 공연 리뷰 '레미제라블' | 조정희 | 2005.01.17 | 2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