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아침

2004.09.27 07:25

박경숙 조회 수:65 추천:11

엇비켜 내린 환한 햇살 속
소슬히 불던 바람
토담가엔 꼬까옷 입은 아이들이 모여
아침부터 구슬치기 딱지치기
기실은 새 옷 자랑 놀이였던 것을

불고기 한번 못 먹었다는 영님이네 부엌에도 기냄내가 돋고
도시로 떠났던 아들딸들 방마다 가득 차
고단한 줄 모르는 어머니 발걸음이
장독으로 우물로 분주히 오갔다.

한 40년 지나  
엊저녁 달리던 이국의 프리웨이 하늘에도
멍석만한 보름달이 둥싯 떴더라.

추억은 둥근달에서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고
회한은 달과 나 사이 진공처럼 고요한 통로를 통해
추석 달로 빨려들어 갔다.

어머니, 아버지, 오라버니, 언니야,
더러는 그 시절의 친구까지 가버린 이 추석아침,
이국땅 아니었어도 그들을 만나 볼 수는 없어라.

지금도 거기 어디 고향땅 다른 집 대문가엔 웃음이 솟고
추석빔 입은 아이들 모여 노는 아침일까.
엊저녁 달에게 회한을 앗긴 나는
쓸쓸하지도 않아라.

오늘밤 더 둥글어진 달과 만나는 일만
기다려지는 추석아침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19 하나님 전상서 차신재 2014.10.13 141
10418 가을 / 석정희 석정희 2014.10.13 23
10417 내가 세상의 문이다 강민경 2014.10.12 47
10416 맑고 향기롭게 최미자 2014.10.12 172
10415 우리는 알고 있다 차신재 2014.10.11 30
10414 나는 당신의 生이고 싶어 차신재 2014.10.11 54
10413 이렇게 기막힌 가을이 차신재 2014.10.11 40
10412 행복 백남규 2014.10.11 43
10411 가을 밤송이 성백군 2014.10.10 41
10410 담쟁이 차신재 2014.10.09 24
10409 초승달, 그 쌀쌀한 눈매 차신재 2014.10.09 33
10408 시에게 차신재 2014.10.09 30
10407 그리운 꽃 차신재 2014.10.09 21
10406 모두 어디로 갔을가 차신재 2014.10.09 19
10405 코스모스 sonyongsang 2014.10.09 18
10404 [이 아침에]초식남과 육식녀의 사회 10/6/14 오연희 2014.10.07 19
10403 [나를 일으켜 세운 한마디]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9/22/14 오연희 2014.10.07 17
10402 오늘도 걷는다마는 2 서용덕 2014.10.07 17
10401 마른 꽃 차신재 2014.10.06 24
10400 파랗게 눈 뜬 별이 되고 싶어 차신재 2014.10.0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