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맹

2004.09.29 10:29

정어빙 조회 수:28 추천:2

붉은 색을 보지 못한다

손가락을 스친 종이 때문에 나온 피도
친구 때문에 맞아 나온 코피도
모두 하얗다

사람들은 말한디
피는 붉고 아프다고
하지만 나는
하얀 피를 보고도
아프다
아니 하얀 피를 나게하는 소리만 들어도 아프다

상추 뿌리덩이
잎이 잘려간 자리에서 하얀 피가 솟는다
아프다 그러나 조용하다
사람들보다 더 강인한 인내가 있어서가 아니라
입술이
백상어 입보다 더 큰 입을 벌리고
하얀 피를 뚝뚝 떨어뜨리며 입술을 먹어 치웠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자아를버리는 삶을 아는
푸른 잎들의 생애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먹는 것 보다 먹혀주는 삶을 아는

하얀 피가 흐르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19 무통분만실--------------------시집 이월란 2008.05.08 0
10418 섬----------------------------시집 이월란 2008.05.08 0
10417 가을의 뒷모습 이월란 2008.05.08 0
10416 불치병 이월란 2008.05.08 0
10415 착각 이월란 2008.05.08 0
10414 차라리 이월란 2008.05.08 0
10413 이월란 2008.05.08 0
10412 판토마임 이월란 2008.05.08 0
10411 알기나 아니? 이월란 2008.05.08 0
10410 평행선 이월란 2008.05.08 0
10409 눈(雪) 이월란 2008.05.08 0
10408 또 하나의 얼굴 이월란 2008.05.08 0
10407 이 길 다 가고나면 이월란 2008.05.08 0
10406 장원급제 이월란 2008.05.08 0
10405 방황 이월란 2008.05.08 0
10404 그가 사는 도시 이월란 2008.05.08 0
10403 눈밭 이월란 2008.05.08 0
10402 이별모습 이월란 2008.05.08 0
10401 무례한 사람 이월란 2008.05.08 0
10400 새벽무대 이월란 2008.05.08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