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집
2004.10.05 05:24
한 겹 얇은 천으로 세상을 가리고
숲 속에 누워 있네
내 등에 얹히는 지구의 무게
시간은 어둠 속에서도 걸어오고
나도 조금씩 자전하네
적막을 찢던 새들
둥우리를 찾아 간 것일까?
헝겊 하나만으로도 집은 충분하네
별들 운행하는 깊은 밤의 감촉
손끝에 와 닿을 때
나뭇잎 툭툭 떨어져 가벼운 집 두드리면
가까이 서서 소망처럼 빛나게 별들 닦아내는
세콰이어 나무들
골똘히 떠올리네, 그대를 떠올리네
미세한 .풀벌레 소리와 작은 별 찾아내는
나무들의 귀와 눈, 그대를 향한 내 귀와 눈
어두울수록 밝아지네
내 등에서도 서서히 뿌리가 돋네
땅 속으로 뻗어 가는 내 등뼈를 타고
스며드는 흙 냄새
아릿한 향기 속에서 나 자라네
한꺼번에 건너뛰어 하늘 끝 솟은 나무처럼
손 내밀어 별들 만지네
별들의 윤기, 내 안에 가득가득 차 오르는 밤
참, 가슴 뜨겁네, 얼얼하네
가벼운 집 속에 나는 이미 없네
- 우이시 2004년 10월호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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