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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중앙일보 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404


내가 시인이라서
-안경라


진실을 거짓처럼 쓰는 것이 역사이고
거짓을 진실처럼 쓰는 것이 시다


내가 시인이라서 그런지 이 말을 듣는 순간
아 맞아 그래 그래 맞장구를 쳤었어
시처럼 살 수 없어 시를 못 쓰겠다는 그대를
한 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
바람이 하나 저만큼 간다든가
꽃의 말을 받아 적는 다든가
별들을 따서 그녀의 검은 머리에 꽂아 준다든가
이런 은유가 눈에 보일리 없지
손에 잡힐리 없지
내가 시인이라서 하는 말인데 우리 세계에
거짓은 처음부터 없는 것이야
이 세상이 지하경이 되고 저 세상에도 문학 모임이 있어
뿌리에 나뭇잎을 매다는 일
나의 눈물에 종이배 띄우는 일 그대도 할 수 있어
거짓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그대도 다시 시를 써봐.


‘내가 시인이라서‘ 라고 당당하게 말해볼일 없는 나는 ’내가 시인이라서‘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 시인이 좋다. 좋다기보다는 부럽다. 안경라는 나성에 사는 시인이다. 내가 미주 안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고 이따금 톡톡 튀는 그의 시에 밑줄 쳐주며 읽어주는 시인이다.
그래, 시인은 더러 진실을 거짓처럼 쓰기도 하고, 진실을 아닌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그것은 반어지. 그러나 시인은 반어에서 더 자유롭고, 솔직한 겸손과 쾌감을 느끼지.

직선을 곡선으로 돌아가는 알레고리, 아이러니, 콜라쥬, 모순어법, 반어로 돌아가는 세상사. 길, 그렇게 돌아서 가지. 그러나 우리 세계에는 처음부터, 아니 바닥까지 거짓은 없어.
시가 갖는 상상적 진실의 힘을 충분히 인식하는 것, 삶을 진실하게 살아가려는 결의, 그래서 그대 시인들, 시를 쓰지 않을 이유 없지 않은가. 시 나라 거짓은 상상 혹은 창조되는 말과 다르지 않다. 진실을 말하기 위한 허구, 그것이 상상이다. 시가 만들어 내는 거짓은(=상상)은 역사가 만들어 낸 거짓을(=현실) 극복하게 해준다.

시처럼 살 수가 없어 시를 못 쓰겠다는 그대, 그래서 그대는 더 시를 써야하고, 쓸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래, 우리들 시인은 처음부터 거짓은 없는 것이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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