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국화에 대하여
2004.10.26 01:26
그 국화에 대하여
문인귀
국화가 지고나면
뿌리가 살아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 본 일 없이
화분 째 쓰레기통에 버렸으니
그 다음에 피어날 눈부심은 늘 그런 식으로
대를 잇지 못했던 것이다
내 손등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 끼어든 검버섯 서넛,
얼핏 보기에 가을 잎 같기도 한 그것이
가슴까지 파고드는 것만 같아 자꾸만 외면해지는 석양녘에
어찌 보면 거만하기도 했던 그 화사華奢의 한 때를
뒤뜰에 묻었더니, 이 가을
키는 나의 깨금발 딛은 키보다 한 뼘은 더 높고
꽃송이는 거짓말 좀 보태서 말하자면
내 손바닥만한 크기로 엄청 피어난 것이 하도 좋아
한 송이씩 제켜가며 확인 하는데
자그마치 4백하고도 자꾸만 다시 세어야 하는 꽃들,
그 수는 저마다 들어내는 웃음으로
계산의 법마저 취하게 하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내 어찌 알았겠는가,
그 버려지던 화분의 뿌리가
저렇게나 왕성한 멋으로 내 앞에 다시 설 줄을!
애써 외면하던 그 석양빛에
국향菊香에 절은 손등을 들여다보다 그만 놀라버렸으니
검버섯들이 죄다 없어져 버린 것은 무슨 조화造化이냐.
문인귀
국화가 지고나면
뿌리가 살아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 본 일 없이
화분 째 쓰레기통에 버렸으니
그 다음에 피어날 눈부심은 늘 그런 식으로
대를 잇지 못했던 것이다
내 손등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 끼어든 검버섯 서넛,
얼핏 보기에 가을 잎 같기도 한 그것이
가슴까지 파고드는 것만 같아 자꾸만 외면해지는 석양녘에
어찌 보면 거만하기도 했던 그 화사華奢의 한 때를
뒤뜰에 묻었더니, 이 가을
키는 나의 깨금발 딛은 키보다 한 뼘은 더 높고
꽃송이는 거짓말 좀 보태서 말하자면
내 손바닥만한 크기로 엄청 피어난 것이 하도 좋아
한 송이씩 제켜가며 확인 하는데
자그마치 4백하고도 자꾸만 다시 세어야 하는 꽃들,
그 수는 저마다 들어내는 웃음으로
계산의 법마저 취하게 하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내 어찌 알았겠는가,
그 버려지던 화분의 뿌리가
저렇게나 왕성한 멋으로 내 앞에 다시 설 줄을!
애써 외면하던 그 석양빛에
국향菊香에 절은 손등을 들여다보다 그만 놀라버렸으니
검버섯들이 죄다 없어져 버린 것은 무슨 조화造化이냐.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59 | 옆에서 | 김영교 | 2004.10.26 | 64 |
» | 그 국화에 대하여 | 문인귀 | 2004.10.26 | 53 |
257 | 시월의 시카고 | 오연희 | 2004.10.27 | 37 |
256 | 10월의노래 | 이상태 | 2010.06.14 | 22 |
255 | 향수(鄕愁) | 백선영 | 2004.11.29 | 82 |
254 | 낙엽 | 김영교 | 2004.10.25 | 46 |
253 | 영월루(迎月樓) | 정용진 | 2004.10.24 | 52 |
252 | 현대시사에 대한 요약 (해방 전까지) | 길버트 한 | 2004.10.24 | 102 |
251 | 프리웨이 인생 | 조만연.조옥동 | 2004.10.23 | 56 |
250 | 결혼축의금 | 조만연.조옥동 | 2004.10.23 | 66 |
249 | 가을 자국 | 정어빙 | 2004.10.22 | 72 |
248 | 내소사(來蘇寺) | 정용진 | 2004.10.20 | 53 |
247 | 치악산(稚岳山) | 정용진 | 2004.10.20 | 54 |
246 | 은어사전 | 김혜령 | 2004.10.20 | 163 |
245 | 국화옆에서 | 오연희 | 2004.10.20 | 101 |
244 | 수종사(水鍾寺) | 정용진 | 2004.10.17 | 51 |
243 | 떨어진 국향에도, | 백선영 | 2004.10.17 | 65 |
242 | 쓸쓸한 날에 | 홍인숙(Grace) | 2004.10.16 | 61 |
241 | 눈물 | 홍인숙(Grace) | 2004.10.16 | 81 |
240 | 기다림은 텔레파시 | 홍인숙(Grace) | 2004.10.16 | 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