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2004.10.26 05:42

김영교 조회 수:52 추천:4

금붕어가 헤엄치는 어항 옆에서 나는 행복하다
빵집 옆에서 나는 더 행복하다
돌아가는 바람개비 옆에서 나는 늘 행복하다
지느러미, 빵냄새, 바람짓이 행복이다

어릴적
소풍가서 삶은 계란 옆에서 왼종일 신명이 났다
설 날 없어진 내 몫의 수정과 옆에서
먹어치운 동생보다 작은 그릇옆에서 눈흘겼다
벗어 놓은 아버지의 의족 옆에서 밤마다 속이 상했다
총살을 모면한 아버지 옆에서 횡재라 나중에 느꼈다
책만 사 읽던 아버지와 큰 오빠 옆에 있는 게 싫었다
마당에 피운 모기 모닥불 옆에서 가족을 만났다

지금
계절의 끝에 찾아온 '국화 옆에서' 나는 아는게 없다
옆에서-라면
사랑과 순종의 십자가 옆에서 늘 눈물 나는것 밖에
이제사 '국화옆에서'는 당신의 눈물인것을-
안뜰 깊숙히 감사의 내(川)를 흐른다
'국화 옆에서'는 십자가의 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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