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로 / 김영교
2010.03.08 10:03
사는 것이 힘든다는 생각이 들 때
잠시 손을 놓고
눈 지긋이 감아본다
해변에 바람 쐬러 나온 가슴 답답한 여자
깊이 들여 마시면
답답함이 뚫리듯 한결 시원해진다
사는 것이 짜증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
적막한 노인 아파트를 떠 올려 본다
주름살 만큼 가득한 기다림
외로움을 달래듯 바람이 멎었다 지나간다
문득 자유롭게 오가는 내 분주함이 고맙게 여겨진다
사는 것이 캄캄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교통 사고로 외아들, 며느리, 손자 셋
일가족 다 잃은 신문 속의 어머니를 생각해 본다
사고현장이 아닌 나의 일상이
기적이라 매사에 신중해 진다
사는 것이
흐린 날 다음 개인 날도 있는
높고 낮은 산
그 위에 올라가서 시선을 멀리 둔다
먼 헤어짐과 만남의 꾸불꾸불한 길
이어지고 끊기면서 산을 이렇게 넘어가고 있지 않는가
힘들고 짜증스런 마음 녹이는
감사의 마음
비집고 못들어오도록 잠궈버린 이기심과 인색함
부끄럽게 나를 흔들어댄다
문득
살아 있다는 것만도 눈물겹도록 고마운
아예 일년 열두달 감사일로 지킬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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