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내려오며
2004.11.08 15:10
산을 내려오며
신발에 흙을 묻히며 산을 올라야만
산행의 깊은 맛을 알 터인데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산사까지 차를 타고 올라왔으니
갈 때는 걸어가 보란다
단풍잎보다 더 짙은 사람들의 무게로
산은 쿨럭이고
앞선 이의 발자국을 따라 나선
내 발자국은 보이지 않는다
셀 수 없는 시간위로 낙엽은
하나,둘 떨어지고
저녁 햇살의 느린 걸음이
잡목림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등을 보이며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져 갈 것 다 가져가라고 마음 비운 산
그 넉넉함에 취하여 휘청거리고 있는 내게
저기 공중 전화! 라고 일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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