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소리

2004.12.08 05:43

김혜령 조회 수:91 추천:12

새벽비가 지나간 겨울 아침
엄마, 저게 뭐야?
아이의 손가락이 꼬물꼬물 구름장 사이를 헤친다.
뾰족 솟은 산꼭지가 하얗다.
눈.
눈?
이대로 달려 두 시간이면 만져볼 그것은
일상의 담장 위에 걸린 한 장 그림이다.
이 다음에......
일상의 미로를 달리며 아이에게 말한다.
이 다음에?
담장 위에 걸린 눈이 질척하게 녹아 내린다.

비가 내린다.
어느 산에는 눈이 내리고,
어느 지붕엔 우박이 별처럼 부서지고,
또 어느 숲은 전설 같이 짙은 안개에 잠겼으리라.

부모 따라 일상에 담긴 아이는
저 사는 곳이 어딘지,
담장이 뭔지도 모르는 채
종알종알 입술을 달싹이며 꿈을 꾼다.
해 같은 눈빛으로 안개를 뚫고
우박처럼 웃으며 눈장난을 하러 달려간다.

그래, 꿈밖에는 없단다.
우리가 쌓아올린 담장을 넘어
눈과 비와 안개와
햇빛 속에 한데 뒹굴 수 있게 하는 건.
제자리 맴도는 지금과 자꾸만 달아나는 다음을
손잡게 하는 건.

다시 비가 내린다.
젖은 잎을 따라 까르르
아이 웃음소리가 굴러간다.
훌쩍, 담장을 넘는 날개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