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에 이르도록
2004.12.27 12:56
봄의 길목에 이르도록 / 강학희
거리의 낙엽들
하나 둘 겨울의 문턱을 서성이고
지구도 몸을 삭힐 사이 없는지
굵은 얼음덩이로 몸을 터는데
한 장의 카드로도 돌아오지 않는
매정한 당신, 비로써 기다림을 여미고
아쉬움의 끈을 놓으면
그제야 허허한 공복으로 눕는 그대
고픔은 당신께 내미는 내 화해의 악수
찔림 같이 쩌릿한 전율,
사랑의 손에 걸린 가시이다
겨울엔 잠시 멈추어
몸의 뿌리를 돌보는 한 그루 나목
헐거워진 허리춤 추스르며
고픔을 열심히 다독여보리
안과 밖, 열기의 차이
습한 가슴 닦아내며
또다시 기다림을 입히는 겨울,
겨울엔 성급히 악수하지 말고
고픔이 익어 터질 때까지 향을 익혀보리
핏빛 멍울 터뜨리는 한그루의 벚나무
봄의 길목에 이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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