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소나무

2004.12.31 09:40

문인귀 조회 수:123 추천:7

저 소나무

              문인귀

우리나라에는
산을 지키는 소나무가 있다
바다를 지키는 소나무가 있다
마을 어귀마다 한두 그루씩
사시사철 번(番)을 서는 소나무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들에나 산에나 계곡에나 마을에나 바닷가에나
역사를 지키는 소나무가 있다
다른 나라 소나무들처럼
하늘만 바라 오르지 않고
몸을 휘어 바람을 막아내며
때로는 헐벗은 뿌리를 들어
산자락 쥐어 버티는 인내로
우리의 땅, 우리의 안위를 지키는 소나무가 있다

우리나라의 소나무는
우리 겨레 머무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와 뿌리를 내린다
백로는 먼 하늘로부터 머흘머흘 내려와 앉고
둥근달마저 걸터앉아 가지는 힘에 겨워도
솔잎들 웃음소리 방울방울 매어다는 일 잊지 않는
여기, 우리나라 소나무가 있다

낯선 땅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 따라 시작하던 서툰 걸음걸이들
여기저기 남은 헛되지 않은 백년의 흔적 그 위에
또 하나 백년의 역사를 시작하자는 저 소나무,
우리의 이상은 높아지고
늘 푸르른 우리의 꿈 키워지게  
지금 뿌리를 내리는 소나무 여기에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9 웃는 일 백선영 2005.01.01 21
338 촛불 백선영 2005.01.01 33
337 빗소리 백선영 2005.01.01 21
336 위로 치솟는 작은 몸짓 김영교 2005.01.01 46
335 구어의 방주를 띄우자 전재욱 2005.01.01 55
» 저 소나무 문인귀 2004.12.31 123
333 보름달만 보면 김영교 2004.12.30 26
332 나 팔 꽃 천일칠 2004.12.30 30
331 전해주지 못한 봉투 정찬열 2004.12.29 113
330 어머니의 설날 강학희 2004.12.27 67
329 봄의 길목에 이르도록 강학희 2004.12.27 53
328 굴러가는 것은 강학희 2004.12.27 60
327 또 하나의 고별 전재욱 2004.12.27 45
326 홍삼차 김영교 2004.12.25 66
325 41년만의 데이트 신청 조만연.조옥동 2004.12.24 210
324 그날이 오면 오연희 2004.12.24 209
323 내 속을 헤엄치는 은빛 지느러미 김영교 2004.12.23 120
322 <한국일보.신년시> 샌디에고의 아침 정용진 2004.12.21 139
321 12월의 나침반 김영교 2004.12.20 69
320 조용히 숙인 머리 김영교 2004.12.15 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