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저녁무렵

2005.01.06 10:17

장태숙 조회 수:115 추천:2

늦가을 저녁무렵

                            장태숙

텅 빈 산길,
까마귀 날아드는 차선과 차선 사이
자동차 바퀴자국처럼 선혈 낭자하게 짓이겨진
검붉은 살덩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찢겨진 고통이 처참하게 고여있다
견딜 수 없는 단 한 번뿐인 삶
어둔 지상에서 배회했을 슬픔들이
뭉클뭉클 쏟아내는 울음을 배경으로
까마귀 서너 마리
탐욕의 눈알 번뜩이며 아찔하게 내려오는
음산한 가을날 저녁
이미 끊어진 숨통이거나, 돌이킬 수 없는 명줄이거나
이승의 애착 눈물겨워
소등(消燈)하지 못하는 육신
비록 허물어진 자가 영혼까지 허물어지지 않듯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털끝 세워 노려보는 적의이다
축축한 생명의 끝에서
혼신의 힘으로 곤두세워 보는 본능이다
마음의 주름 켜켜로 쌓여있는 기억처럼
육탈한 영혼의 눈동자가
아프게 걸리는 능선의 노을
노란 단풍 몇 잎 스며들어
조등(弔燈)으로 펄럭이고
쏜살같이 비껴 가는 자동차 꽁무니에 매달린
가을날 파편 하나
유골항아리처럼 굴러간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239 만개(滿開) 김영교 2005.01.02 27
10238 지금 나는 수혈이 필요하다 장태숙 2005.01.04 89
10237 가을 호수 1 / 석정희 석정희 2005.01.05 37
10236 女心 여심 1 / 석정희 석정희 2005.01.05 27
» 늦가을 저녁무렵 장태숙 2005.01.06 115
10234 고요 속의 파문 장태숙 2005.01.06 318
10233 새해의 축복을 비는 마음 조만연.조옥동 2005.01.06 338
10232 너와 내 마음이 하나로 / 석정희 석정희 2005.01.07 97
10231 멀리서 듣는 숨소리 / 석정희 석정희 2005.01.07 112
10230 들풀 박영호 2005.01.08 137
10229 유년의 빛깔 박영호 2005.01.08 189
10228 채석장 (2) 박영호 2005.01.08 181
10227 1-9 김동찬 2005.01.09 83
10226 비오는 날에 문인귀 2005.01.10 74
10225 남편과 호들갑이 <수정본 2011년> 김영강 2005.01.10 69
10224 ,나의 천적은 누구인가 정찬열 2005.01.10 104
10223 채 송 화 천일칠 2005.01.10 81
10222 장 마 천일칠 2005.01.11 35
10221 녹차를 마시며 오연희 2005.01.12 46
10220 비오는 날에 오연희 2005.01.12 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