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의 파문

2005.01.06 10:20

장태숙 조회 수:318 추천:8

  고요 속의 파문

                        장태숙

'천 그루의 팜 나무',
사막에 핀, 한 무더기 가을억새처럼 슬프고
나는 네 곁을 보드랍게 배회하네
붉은 바람의 그림자에도
찰랑찰랑 물결치는 웃음소리
원시의 망토자락 발끝까지 끌어내려
기다림으로 야윈 다리 감추네
네 안에서 자라는
서늘한 그늘과 이름 모를 벌레들과 물고기 떼
고요한 시간 속을 거슬러 오르네
천 개의 눈빛으로 천 개의 느낌표를 찍는
저 후끈한 사랑의 극점
수만 겹,
아픈 고요 속을 파문 일으키는 햇살이
사막의 공기, 일제히 잡아 당겼다 놓으면
기침하듯 흔들리는 천 개의 뜨거운 손바닥들
견고한 네 몸에서 여러 갈래 길들이 흘러나오네
그리운,
혹은 그립지 않은 길을 걸어 온 수많은 날들이
눈물 삼키듯
네 발 밑에 고인 물, 엎드려 마시네
네 곁을 보드랍게 배회하던 내가 나를 버리고
수만 겹 아픈 고요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네
내 생애 자글거리던 울음 한 자락
또르르 접고 들어가네  
멀리서 흰 눈 내리듯 낙타 방울소리 퍼지고
사막을 떠돌던 영혼 하나
내 뒤를 따라오네




* '천 그루의 팜 나무'(Thousand Palms);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사막에 있는 오아시스. 천 그루의 팜 나무가 사막 한 가운데에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79 호흡하는 것들은 오연희 2014.11.26 98
10478 [이 아침에] 공공 수영장의 '무법자' 11/26/2014 오연희 2014.11.26 67
10477 [이 아침에] 성탄 트리가 생각나는 계절 11/13/2014 오연희 2014.11.26 27
10476 삶.2 정용진 2014.11.24 35
10475 여호와 이레 김수영 2014.11.23 60
10474 우리가 문학을 하는 이유 김우영 2014.11.23 65
10473 낚시터에서 차신재 2014.11.22 38
10472 통나무에게 차신재 2014.11.22 35
10471 중앙일보 40 주년에 부쳐 김학천 2014.11.21 51
10470 한국인 거주자 숫자의 힘 최미자 2014.11.20 8
10469 좋은 시 감상 <너에게 묻는다> 차신재 2014.11.18 142
10468 배신 차신재 2014.11.17 39
10467 물안개로 오는 사람 차신재 2014.11.17 59
10466 개구리 울음소리 김수영 2014.11.17 51
10465 엉뚱한 가족 강민경 2014.11.16 31
10464 어둠 속 날선 빛 성백군 2014.11.14 105
10463 낙엽 동아줄 2014.11.13 28
10462 일몰(日沒) 정용진 2014.11.12 29
10461 가을줍기 서용덕 2014.11.11 30
10460 얼룩의 소리 강민경 2014.11.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