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의 파문

2005.01.06 10:20

장태숙 조회 수:318 추천:8

  고요 속의 파문

                        장태숙

'천 그루의 팜 나무',
사막에 핀, 한 무더기 가을억새처럼 슬프고
나는 네 곁을 보드랍게 배회하네
붉은 바람의 그림자에도
찰랑찰랑 물결치는 웃음소리
원시의 망토자락 발끝까지 끌어내려
기다림으로 야윈 다리 감추네
네 안에서 자라는
서늘한 그늘과 이름 모를 벌레들과 물고기 떼
고요한 시간 속을 거슬러 오르네
천 개의 눈빛으로 천 개의 느낌표를 찍는
저 후끈한 사랑의 극점
수만 겹,
아픈 고요 속을 파문 일으키는 햇살이
사막의 공기, 일제히 잡아 당겼다 놓으면
기침하듯 흔들리는 천 개의 뜨거운 손바닥들
견고한 네 몸에서 여러 갈래 길들이 흘러나오네
그리운,
혹은 그립지 않은 길을 걸어 온 수많은 날들이
눈물 삼키듯
네 발 밑에 고인 물, 엎드려 마시네
네 곁을 보드랍게 배회하던 내가 나를 버리고
수만 겹 아픈 고요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네
내 생애 자글거리던 울음 한 자락
또르르 접고 들어가네  
멀리서 흰 눈 내리듯 낙타 방울소리 퍼지고
사막을 떠돌던 영혼 하나
내 뒤를 따라오네




* '천 그루의 팜 나무'(Thousand Palms);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사막에 있는 오아시스. 천 그루의 팜 나무가 사막 한 가운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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