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하는 산불
2005.02.04 08:35
산은 산대로 집은 집대로
망령 난 불길이 들썩거린다
허공을 휘젓는 무녀의 춤판
텍사스 국경 넘어 온 사내와
여섯 식구가 숨죽이며 바라본
불길이 춤추던 똑같은 밤, 등에
노란 글씨 새긴 이민국 직원들
소 잡는 포승줄을 휘두른다
내몰린 영혼들의 울음이
나무 타는 연기로 흩어지자
뱀의 허물을 벗어버린다
창 밖에서 방안을 바라 본
아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얼굴과 가슴에 합판 대는 여자
열병을 앓는 산불은 훨훨 타고
환락은 잔재만 남고 날 밝는다
꿈꾸었던 노랑나비의 월경
비탈진 계곡 더듬으며 기어간다
더위는 땀이 아니라 눈물이라고
가을비는 애써 감추려고
멀리 간 산불을 천천히 덮는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79 | 오늘의 기도 | 정용진 | 2005.02.06 | 32 |
478 | 겨울연가 | 김동찬 | 2005.02.06 | 40 |
477 | 사랑하는 딸에게 | 권태성 | 2005.05.27 | 36 |
476 | 새 지갑 | 백선영 | 2005.02.05 | 30 |
475 | 떠나라 하네 | 권태성 | 2005.02.05 | 31 |
474 | 내 안에서 물소리가 들려 | 장태숙 | 2005.08.25 | 253 |
473 | 소품사수(小品四首) | 수봉 | 2006.02.06 | 73 |
472 | 우리집바다 | 김영교 | 2005.02.04 | 27 |
» | 월경하는 산불 | 길버트 한 | 2005.02.04 | 57 |
470 | 자화상 | 권태성 | 2005.02.04 | 25 |
469 | 삶은 고구마와 달걀 | 서 량 | 2005.01.29 | 111 |
468 | 눈도 코도 궁둥이도 없는 | 서 량 | 2005.02.17 | 51 |
467 | 해 후(邂逅) | 천일칠 | 2005.01.27 | 25 |
466 | 미리 써본 가상 유언장/안세호 | 김학 | 2005.01.27 | 68 |
465 | 아름다운 만남 2 | 홍인숙(그레이스) | 2005.01.27 | 18 |
464 | 진주 | 백선영 | 2005.01.27 | 7 |
463 | 막 작 골 | 천일칠 | 2005.01.27 | 16 |
462 | 괜찮은 첫사랑 | 노기제 | 2005.01.26 | 27 |
461 | <도청> 의원 외유 | 정진관 | 2005.01.25 | 40 |
460 | <아내의 회갑 축시> 삶 | 정용진 | 2005.01.25 | 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