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 자루

2007.04.05 06:03

홈지기 조회 수:445 추천:34

자루는 뭘 담아도 슬픈 무게로 있다 초봄 뱀눈 같은 싸락눈 내리는 밤 볍씨 한 자루를 꿔 돌아오던 家長이 있었다 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일어나면 나는 난생 처음 마치 내가 작은댁의 자궁에서 자라난 것을 알게 된 것처럼 입이 뾰족한 들쥐처럼 서러워서 아버지, 아버지 내 몸이 무러워요 내 몸이 무러워요 벌써 서른 해 전의 일이오나 자루는 나를 이 새벽까지 깨워 나는 이 세상에 내가 꿔 온 영원을 생각하오니 오늘 봄이 다시 와 동백과 동백 진다고 우는 동박새가 한 자루요 동박새우는 사이 흐르는 銀河와 멀리 와 흔들리는 바람이 한 자루요 바람의 지붕과 石榴꽃 같은 꿈을 꾸는 내 아이가 한 자루요 이 끊을 수 없는 것과 내가 한 자루이오니 보릿질금 같은 세월의 자루를 메고 이 새벽 내가 꿔 온 영원을 다시 생각하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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