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 자루
2007.04.05 06:03
자루는 뭘 담아도 슬픈 무게로 있다
초봄 뱀눈 같은 싸락눈 내리는 밤 볍씨 한 자루를 꿔 돌아오던 家長이 있었다 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일어나면 나는 난생 처음 마치 내가 작은댁의 자궁에서 자라난 것을 알게 된 것처럼 입이 뾰족한 들쥐처럼 서러워서 아버지, 아버지 내 몸이 무러워요 내 몸이 무러워요 벌써 서른 해 전의 일이오나 자루는 나를 이 새벽까지 깨워 나는 이 세상에 내가 꿔 온 영원을 생각하오니
오늘 봄이 다시 와 동백과 동백 진다고 우는 동박새가 한 자루요 동박새우는 사이 흐르는 銀河와 멀리 와 흔들리는 바람이 한 자루요 바람의 지붕과 石榴꽃 같은 꿈을 꾸는 내 아이가 한 자루요 이 끊을 수 없는 것과 내가 한 자루이오니
보릿질금 같은 세월의 자루를 메고 이 새벽 내가 꿔 온 영원을 다시 생각하오니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3 | 사민방 인터뷰 | 경안 | 2009.11.25 | 272 |
22 |
듣고 싶었던 말
![]() | 안경라 | 2011.09.06 | 208 |
21 |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 / 김영남 | 경안 | 2009.08.24 | 304 |
20 | 인생 | 시가 있는 하루 | 2008.09.19 | 289 |
19 | 저녁 무렵의 집들 | 시가 있는 하루 | 2008.09.19 | 339 |
18 | 깊은 꿈 | 시가 있는 하루 | 2008.09.19 | 302 |
17 | 밤의 향기 | 시가 있는 하루 | 2008.09.19 | 318 |
16 | 연금술 | 시가 있는 하루 | 2008.09.17 | 317 |
15 | 비유의 힘 | 경안 | 2008.03.28 | 820 |
14 | 변명은 슬프다 - 권경인 | 경안 | 2007.07.08 | 377 |
13 | 킬리만자로의 표범 - 권경인 | 경안 | 2007.07.08 | 462 |
12 | 슬픈 힘 - 권경인 | 경안 | 2007.07.08 | 448 |
11 | 문학과 女風 / 성기조 | 안경라 | 2007.04.11 | 384 |
10 | 솟대를 찾아서-권경인 | 경안 | 2007.07.08 | 474 |
9 | 바뀐 신발-천종숙 | 경안 | 2007.04.11 | 361 |
8 | 어라연-김선우 | 경안 | 2007.04.11 | 607 |
7 | 대관령 옛길-김선우 | 경안 | 2007.04.11 | 497 |
» | 문태준 - 자루 | 홈지기 | 2007.04.05 | 451 |
5 | 신영길 - 엄마 | 홈지기 | 2007.04.05 | 328 |
4 | 詩作을 위한 열가지 방법 | 홈지기 | 2007.01.21 | 4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