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옛길-김선우

2007.04.11 04:26

경안 조회 수:496 추천:36

폭설주의보 내린 정초에 대관령 옛길을 오른다 기억의 단층들이 피워올리는 각양각색의 얼음꽃 소나무 가지에서 꽃숭어리 뭉텅 베어 입 속에 털어 넣는다, 火酒- 싸아하게 김이 오르고 허파꽈리 익어가는지 숨 멎는다 천천히 뜨거워지는 목구멍 위장 쓸개 십이지장에 고여 있던 눈물이 울컹 올라온다 지독히 뜨거워진다는 건 빙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 붉게 언 산수유 열매 하나 발등에 툭, 떨어진다 때로 환장할 무언가 그리워 정말 사랑했는지 의심스러워질 적이면 빙화의 대관령 옛길, 아무도 오르려 하지 않는 나의 길을 걷는다 겨울 자작나무 뜨거운 줄기에 맨 처음인 것처럼 가만 입술을 대고 속삭인다, 너도 갈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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