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 표범 - 권경인
2007.07.08 09:54
갈 길 멀다 보채지 않는 강물에 옷자락을 떨구고
구름의 하늘 끝에 뿌리채 누워 있는 산
그리움 따라 갈래
아니면 더 그리워서
억겁을 그렇게 누워 있을래
웃으며 떠들며 그리도 외로웠던 삶
다 버리고
너는 너를 버리면서 자유롭고
나는 나를 채우면서 불안했다
비어 있는 너를 통해
나를 채워가는 고통 끝 없어도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히 보일 것이니
너의 빈손에 숨어 타오르는 불을
나는 지나칠 수 없다
누구도 그저 지나가는 길손을 아닐 것이다
어둔 빛깔의 의상을 걸치고
잠시 이승에 서툴게 뿌리내린 죄인이라 해도
마음은 알지 못할 근원으로 하여
깊고도 수많은 길에 통하여 있으니
어떤 말
어떤 폭력으로도
표적은 죽지 않으리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목숨걸고 내가 사랑하는 이
한낱 욕망은 아닐 것이나
세상의 온갖 길을 다 뒤져도
모두 비우지 않고는 만나지지 않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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