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를 찾아서-권경인

2007.07.08 09:35

경안 조회 수:470 추천:33

그토록 오래 흘러 넘치고 스며들어도 못다 이룬 강줄기의 서늘한 촉수를 뒤지는 너에게 오늘 밤 나는 가리라 가서 오랜 금욕의 날들은 탑이 되리라 나 여기 있어 비로소 지상에 가득한 길이여 홀로 늦은 저녁을 붙들고 떨며 서성이던 세월 속 몇번의 황혼을 더 견디어야 네게 입문할 것이냐 길이여 어두울수록 불빛은 밝고 투명하여라 그러나 절망의 이름으로 불리워진 무수한 희망도 겹겹의 적막을 들쑤시던 쓰라린 열정도 결국 제 것이 아니었으니 죄 없이 갈 수 있는 길이 따로 있었던가 만남이란 외로움을 보태는 일 그 자체가 질문이고 대답인 삶 속에서 손을 내밀면 벌써 저만치 멀어져 있는 정신의 물빛 정수리를 찾아감은 얼마나 아름다운 형벌이냐 너 없이 널 생각함은 기다림이란 삶과 죽음까지를 제 정신으로 바라보는 일 불면의 밤마다 필생의 기억으로 서풍의 끝을 보나니 얼마나 그리우면 마음이 재가 되느냐 얼마나 기다리면 육신이 흙이 되는냐 길은 언제나 제 자리를 향하고 있음을 떠나보면 안다 그리하여 이승의 가지 못할 길이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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