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단 한 번의 여행
2005.02.21 05:33
생애 단 한 번의 여행
장태숙
도로 위,
반쪽 집이 실려간다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천천히
하얀 날개 접은 커다란 나비 같다
반쪽뿐인 지붕 비스듬히 기울어 벽에 걸린 유리창이 건너편 유리창을 관통하고, 세상풍경이 흘러가는 텅 빈 거실의 거울 속 가끔 햇살이 반짝, 튕겨져 나오면 방문 손잡이에 붙들린 열쇠들 가쁜 숨을 몰아쉰다 흔들리며 흔들리며 더딘 속도로 실려 가는 반쪽 이동 조립주택, 생애 단 한 번의 여행 중이다
옮겨진 나무가 낯선 곳에 뿌리 내리듯 종착지에서 또 다른 반쪽 만나, 바람 좋은 산기슭 혹은 오렌지나무 우거진 과수원이나 인디언 보호지역 사막 한 모퉁이 몸을 내려도, 밤이면 들꽃 닮은 불빛 그렁그렁 밝힐 것이다 고단한 하루 힘겹게 질퍽이며 돌아 온 식구들 어깨도 토닥이고 따뜻한 식탁 너른 속가슴에 내 줄 것이다 눈꺼풀 가득 내려앉는 졸음들 안아 재우며 밤새 밀려드는 한기에 몸을 떨어도 조약돌처럼 단단히 견딜 것이다 식구들 나이만큼 늙어 하나 둘 떠나가면 여윈 기억들 가난한 내력의 온기로 덥히며 노인처럼 오래오래 늙어갈 집
지금 앳된 얼굴로 느릿느릿 천천히 생애 단 한 번의 여행 중이다
장태숙
도로 위,
반쪽 집이 실려간다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천천히
하얀 날개 접은 커다란 나비 같다
반쪽뿐인 지붕 비스듬히 기울어 벽에 걸린 유리창이 건너편 유리창을 관통하고, 세상풍경이 흘러가는 텅 빈 거실의 거울 속 가끔 햇살이 반짝, 튕겨져 나오면 방문 손잡이에 붙들린 열쇠들 가쁜 숨을 몰아쉰다 흔들리며 흔들리며 더딘 속도로 실려 가는 반쪽 이동 조립주택, 생애 단 한 번의 여행 중이다
옮겨진 나무가 낯선 곳에 뿌리 내리듯 종착지에서 또 다른 반쪽 만나, 바람 좋은 산기슭 혹은 오렌지나무 우거진 과수원이나 인디언 보호지역 사막 한 모퉁이 몸을 내려도, 밤이면 들꽃 닮은 불빛 그렁그렁 밝힐 것이다 고단한 하루 힘겹게 질퍽이며 돌아 온 식구들 어깨도 토닥이고 따뜻한 식탁 너른 속가슴에 내 줄 것이다 눈꺼풀 가득 내려앉는 졸음들 안아 재우며 밤새 밀려드는 한기에 몸을 떨어도 조약돌처럼 단단히 견딜 것이다 식구들 나이만큼 늙어 하나 둘 떠나가면 여윈 기억들 가난한 내력의 온기로 덥히며 노인처럼 오래오래 늙어갈 집
지금 앳된 얼굴로 느릿느릿 천천히 생애 단 한 번의 여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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