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란 / 명자꽃

2014.05.07 22:56

박영숙영 조회 수:848 추천:27

명자꽃 / 홍성란


후회로구나
그냥 널 보내놓고는
후회로구나  

명자꽃 혼자 벙글어
촉촉이 젖은 눈

다시는 오지 않을 밤
보내고는
후회로구나


ㅡ출처 : 시집『바람 불어 그리운 날』


  그대는 명자꽃을 아는가, 장미같이 화려하지 않고 복사꽃처럼 요염하지도 않은. 그대 입술 빛깔처럼 곱디고운 명자꽃을 너는 보았는가. 시조 시인 홍성란은 이 명자꽃을 빌어 이별의 긴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사랑하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후회하는 화자의 아프고 붉은 마음이 명자꽃으로 비유되고 있다. 그러니 중장의 “명자꽃 혼자 벙글어/촉촉이 젖은 눈”은 이별의 슬픔에 젖은 화자의 몸과 마음을 달리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밤이 “다시는 오지 않을 밤”이기에 시의 화자는 후회를 거듭하고 있다. “후회로구나”라는 초장 첫 음보와 종장 마지막 음보의 절묘한 반복적 결합이 실연(失戀)의 아픔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다.

시의 화자는 저 붉은 아픔을 안고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까, 눈물에 젖은 명자꽃이 더더욱 붉은데. 어떻든 홍성란의「명자꽃」은 우리 시대 단형 시조의 한 전범(典範)이 될만한 빼어난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어뎌 내 일이여 그릴 줄을 모로던가/이시라 하더면 가라마는 제 구태여/보내고 그리는 정(情)은 나도 몰라 하노라.”라는 황진이의 빼어난 시조에 그 맥을 닿고 있다. 2007년 봄, (사)현대불교문인협회에서 주관하는 현대불교문학상 시상식 때 시조부문 수상자로 단상에 올라가 곱게 이 시를 낭송하던 홍성란 시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유튜브 박영숙영 영상'시모음' 박영숙영 2020.01.10 162
공지 박정희/ 외국학자들의 평가 박영숙영 2018.03.01 941
공지 AP종군기자의 사진을 통해 다시 보는 1950~53년 韓國戰爭 박영숙영 2015.07.26 2182
공지 박정희 대통령의 시 모음 박영숙영 2015.07.06 1676
공지 이순신 장군의 어록 박영숙영 2013.02.22 1602
공지 세계의 냉정한 평가 ㅡ박정희 박영숙영 2012.03.14 867
공지 저작권 문제있음 알려주시면 곧 삭제하겠습니다. 박영숙영 2009.09.02 827
공지 슬픈역사 ,기억해야 할 자료들 박영숙 2009.01.26 963
공지 박정희 대통령의 명언 박영숙 2009.01.26 2732
공지 박정희와 맥도널드 더글라스사 중역의 증언 박영숙 2009.01.26 1298
94 (백설이 잦아진 골에) - 이 색 박영숙영 2013.02.22 969
93 곳치 딘다 하고/ 송 순 - 박영숙 2009.01.14 945
92 서산대사 시비에서 박영숙 2009.01.14 926
91 귀촉도(歸蜀途)/ 서정주 박영숙영 2014.05.08 921
90 (추강에 밤이 드니) - 월산대군 박영숙영 2013.02.22 921
89 正月二日立春 [입춘]/ 퇴계 이황 박영숙영 2014.02.16 908
88 한산섬 달 밝은 밤에) - 이순신 박영숙영 2013.02.22 883
87 녹초청강상(綠草晴江上)에 ~ -서 익- 박영숙 2009.01.14 876
86 마음에 새겨야 할 한국속담 박영숙 2009.08.13 873
85 내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우에/영랑 박영숙영 2012.01.21 864
84 겨울 바다 / 김남조 박영숙영 2012.03.12 854
» 홍성란 / 명자꽃 박영숙영 2014.05.07 848
82 (이 몸이 죽고 죽어) - 정몽주 박영숙영 2013.02.22 847
81 부산 기장]/윤선도 박영숙영 2012.01.21 846
80 각시네 오려논이 /풍자 익살 시 박영숙 2010.02.25 836
79 오리의 짧은 다리) - 김 구 박영숙영 2013.02.22 834
78 파초우(芭蕉雨)/詩: 조지훈 박영숙영 2014.02.10 829
77 (장백산에 기를 꽂고) - 김종서 박영숙영 2013.02.22 815
76 내가 국보 시리즈를 올리게 된 이유 / 유심조 박영숙 2010.03.10 782
75 賦得高原草送別(부득고원초송별)-백거이 (중국명시) 박영숙영 2014.05.08 780
74 (초당에 일이 없어) - 유성원 박영숙영 2013.02.22 777
73 춘산에 눈 녹인 바람) - 우 탁 박영숙영 2013.02.22 774
72 晩步 만보 저녁무렵 거닐며 李滉 이황 1501~1570 박영숙영 2012.07.18 769
71 조국의 영웅 "안중근 의사 어머니 편지"ㅡ "딴맘 먹지 말고 죽으라" 박영숙영 2014.02.14 767
70 [스클랩] 김소월의 진달래 사투리버전 박영숙 2009.08.11 765
69 [스크랩] 세종대왕과 그의 인재들 박영숙 2010.02.14 751
68 매창 시비 박영숙영 2012.01.21 745
67 스크랩]격동의 현장서 역사를 박영숙 2009.01.26 740
66 (삼동에 베옷 입고) - 조 식 베 박영숙영 2013.02.22 736
65 (詩)로 보는 이순신의 생각 읽기 박영숙영 2013.02.22 735
64 > 오만가지 생각이 한 점 눈송이다,< 청허 휴정 선사 박영숙영 2014.07.16 733
63 ㅡ순국직전 여순감옥에서 안 중근 의사가 지은 한시ㅡ 박영숙 2008.08.20 732
62 김택영이 안 중근 의사 의거 직후 지은 시 박영숙 2008.08.20 712
61 한국 문단의 4대 비극 / 이승하 박영숙 2009.11.03 710
60 한국의 위인, 성웅 이순신 장군의 명언 박영숙영 2013.02.22 695
59 (내해 좋다 하고) - 변계랑 박영숙영 2013.02.22 678
58 껍대기는 가라 /신동엽 박영숙영 2012.03.12 676
57 815, 60주년을 지나면서..(1) 박영숙 2010.08.27 674
56 815, 60주년을 지나면서,,(3) 박영숙 2010.08.27 673
55 꿈같은 추억의 노래/이청조(송나라 최고의 여류시인) 박영숙영 2010.09.21 672
54 [스크랩]말 잘하는 50가지 박영숙 2009.07.17 672
53 순국용사 추모가 박영숙 2008.08.21 671
52 [스크랩] 다락에/허난설 박영숙영 2010.11.30 669
51 [스크랩] 김삿갓 (55) 梅花의 고향 鐘城에서 -1- 박영숙영 2010.12.15 668
50 [스크랩]박정희를 매도하는 자들 보아라! / 푸른벌판 박영숙 2009.11.23 668
49 난중일기 /이순신장군 박영숙영 2010.11.30 667
48 815, 60주년을 지나면서,,(2) 박영숙 2010.08.27 651
47 정선아리랑 박영숙영 2012.01.21 647
46 선죽교두혈 李滉 이황 1501~1570 박영숙영 2012.07.18 646
45 (샛별지자 종다리 떳다) - 김천택 박영숙영 2013.02.22 644
44 님의침묵/한용운 박영숙영 2012.01.21 629
43 [스크랩] 김삿갓 (56) 梅花의 고향 鐘城에서 -2- 박영숙영 2010.12.15 602
42 나옹/ 목은 이색/이규보/ 정철/기대승과 이황의 동호 전별 시 화답시 박영숙영 2018.01.27 599
41 815, 60주년을 지나면서..(4) 박영숙 2010.08.27 598
40 국악의천재 박연/스크랩 박영숙 2010.02.14 586
39 아, 우리나라 국기, 태극기 [스크랩] 박영숙영 2016.06.20 575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2
어제:
93
전체:
888,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