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란 / 명자꽃

2014.05.07 22:56

박영숙영 조회 수:944 추천:27

명자꽃 / 홍성란


후회로구나
그냥 널 보내놓고는
후회로구나  

명자꽃 혼자 벙글어
촉촉이 젖은 눈

다시는 오지 않을 밤
보내고는
후회로구나


ㅡ출처 : 시집『바람 불어 그리운 날』


  그대는 명자꽃을 아는가, 장미같이 화려하지 않고 복사꽃처럼 요염하지도 않은. 그대 입술 빛깔처럼 곱디고운 명자꽃을 너는 보았는가. 시조 시인 홍성란은 이 명자꽃을 빌어 이별의 긴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사랑하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후회하는 화자의 아프고 붉은 마음이 명자꽃으로 비유되고 있다. 그러니 중장의 “명자꽃 혼자 벙글어/촉촉이 젖은 눈”은 이별의 슬픔에 젖은 화자의 몸과 마음을 달리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밤이 “다시는 오지 않을 밤”이기에 시의 화자는 후회를 거듭하고 있다. “후회로구나”라는 초장 첫 음보와 종장 마지막 음보의 절묘한 반복적 결합이 실연(失戀)의 아픔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다.

시의 화자는 저 붉은 아픔을 안고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까, 눈물에 젖은 명자꽃이 더더욱 붉은데. 어떻든 홍성란의「명자꽃」은 우리 시대 단형 시조의 한 전범(典範)이 될만한 빼어난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어뎌 내 일이여 그릴 줄을 모로던가/이시라 하더면 가라마는 제 구태여/보내고 그리는 정(情)은 나도 몰라 하노라.”라는 황진이의 빼어난 시조에 그 맥을 닿고 있다. 2007년 봄, (사)현대불교문인협회에서 주관하는 현대불교문학상 시상식 때 시조부문 수상자로 단상에 올라가 곱게 이 시를 낭송하던 홍성란 시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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