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月二日立春 [입춘]/ 퇴계 이황
2014.02.16 07:44
正月二日立春 [입춘]
이황(李滉)
黃卷中間對聖賢(황권중간대성현) 누른 서책 속에서 성현을 마주하며
虛明一室坐超然(허명일실좌초연) 밝고 빈 방에 초연히 앉았노라
梅窓又見春消息(매창우견춘소식) 매화 핀 창가에서 또 봄소식을 보면서
莫向瑤琴嘆絶絃(막향요금탄절현) 거문고 줄 끊어졌다 탄식하지 않노라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이른 봄을 알리는 입춘. 이 때 꽃 중에서 가장 먼저 피는 꽃이 매화이다.
매화를 애호한 사람 가운데 조선시대 퇴계 이황선생은 유별나다.
그는 매화를 보면서 지은 시 100여 수를 따로 모아 ‘매화시첩’을
꾸밀정도로 매화를 아꼈다.
이 시는 퇴계선생이 52세 때 지은 입춘시 2수 가운데 한 수로 퇴계집에 실려있다.
사람들은 이 시를 두고 퇴계선생이 단양군수 재임 때 만났던 두향이란 여인을
그리워하면서 지은시라고 말하기도 한다.
퇴계선생은 48세 때 단양군수로 부임하여 18세 된 관기 두향과
9개월 남짓 함께있다 풍기군수로 옮겼면서 이별했다.
풍기로 옮길 때 두향은 오래된 고매화분을 선물로 전하였고,
퇴계는 이 화분을 마치 두향을 대하듯 애지중지 키웠다고 전한다.
이 시에서도 그 마음이 잘 전달되고 있다.
입춘 즈음에 허전한 빈방에서 오래된 서책을 읽노라니
매화는 개화시기가 되자 변함없이 다시 하얀 속살을 드러내면서 피어오른다.
그 매화를 보니 아련히 거문고를 치면서 정담을 나누었던 두향이 생각난다.
두향이를 향한 진한 그리움이 싯구 속에 묻어난다.
임종을 앞두고 매화에 물을 주라고 말한 퇴계의 매화에 대한 지극한 사랑은
바로 두향이를 그리워하는 말없는 그리움이었던 것이다.
올 봄 매화를 보면서 다시금 그들의 절절한 마음을 회상해 본다.
이황(李滉) 1501(연산군 7) ~ 1570(선조 3)
조선 중기의 문신·성리학자.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 등 주리론적 사상을 형성하여
주자성리학을 심화·발전시켰으며 영남학파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좌찬성 식(埴)의 7남 1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나 7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12세 때 작은아버지 우(堣)로부터 〈논어〉를 배웠으며,
1527년(중종 22) 진사시에 합격하고, 성균관에 들어가 이듬해 사마시에 급제했다.
1534년 문과에 급제하여 승문원부정자로 등용된 이후
박사·전적·지평 등을 거쳐 세자시강원문학·충청도어사 등을 역임하고
1543년 성균관사성이 되었다.
1546년 낙향하여 낙동강 상류 토계(兎溪)에 양진암(養眞庵)을 짓고,
이 때 토계를 퇴계라 개칭하고 자신의 호로 삼았다.
1548년 단양군수가 되었다가 곧 풍기군수로 옮겼다.
1560년 도산서당(陶山書堂)을 짓고,
이로부터 7년간 독서·수양·저술에 전념하는 한편, 많은 제자를 길렀다.
그 뒤 그의 학문의 결정인〈성학십도 聖學十圖〉를 저술하여 선조에게 바쳤다.
이듬해 낙향했다가 1570년 병이 깊어져 70세의 나이로 죽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유튜브 박영숙영 영상'시모음' | 박영숙영 | 2020.01.10 | 195 |
공지 | 박정희/ 외국학자들의 평가 | 박영숙영 | 2018.03.01 | 990 |
공지 | AP종군기자의 사진을 통해 다시 보는 1950~53년 韓國戰爭 | 박영숙영 | 2015.07.26 | 2222 |
공지 | 박정희 대통령의 시 모음 | 박영숙영 | 2015.07.06 | 1846 |
공지 | 이순신 장군의 어록 | 박영숙영 | 2013.02.22 | 1686 |
공지 | 세계의 냉정한 평가 ㅡ박정희 | 박영숙영 | 2012.03.14 | 919 |
공지 | 저작권 문제있음 알려주시면 곧 삭제하겠습니다. | 박영숙영 | 2009.09.02 | 851 |
공지 | 슬픈역사 ,기억해야 할 자료들 | 박영숙 | 2009.01.26 | 1003 |
공지 | 박정희 대통령의 명언 | 박영숙 | 2009.01.26 | 2781 |
공지 | 박정희와 맥도널드 더글라스사 중역의 증언 | 박영숙 | 2009.01.26 | 1335 |
153 | 대상과인식과정 | 박영숙영 | 2019.06.06 | 90 |
152 | 그날이 오면 (심훈) | 박영숙영 | 2019.04.04 | 323 |
151 | 이황의 풍물시/ 문경새재/ 한벽루/ 정약용/신경림 목계장터 | 박영숙영 | 2018.01.27 | 454 |
150 | 나옹/ 목은 이색/이규보/ 정철/기대승과 이황의 동호 전별 시 화답시 | 박영숙영 | 2018.01.27 | 630 |
149 | 아, 우리나라 국기, 태극기 [스크랩] | 박영숙영 | 2016.06.20 | 599 |
148 | 옛날 옛적의 귀한 이미지 자료 | 박영숙영 | 2016.04.09 | 347 |
147 | 짚신신고 이렇게도 못살았는데 | 박영숙영 | 2015.08.04 | 397 |
146 | 꽃등/ 류시화 | 박영숙영 | 2015.06.14 | 400 |
145 | <'感興' 중 - 白居易> | 박영숙영 | 2015.05.12 | 166 |
144 | 화비화(花非花) - 백거이 | 박영숙영 | 2015.05.12 | 1856 |
143 | 낙서재(樂書齋) _ 고산 윤선도 | 박영숙영 | 2015.05.12 | 453 |
142 | 바다를 가르며(泛海 범해) _ 최치원 | 박영숙영 | 2015.05.12 | 465 |
141 | 俊禪子(준선자) - 淸虛休靜(청허휴정) | 박영숙영 | 2015.05.12 | 225 |
140 | 퇴계가 두향에게 보냈다고 전해진 시 | 박영숙영 | 2015.05.12 | 465 |
139 | 집착하지 않는 삶 | 박영숙영 | 2014.09.07 | 256 |
138 | > 흰구름 걷히면 청산인 것을 < | 박영숙영 | 2014.09.07 | 291 |
137 | > 오만가지 생각이 한 점 눈송이다,< 청허 휴정 선사 | 박영숙영 | 2014.07.16 | 749 |
136 | 長恨歌(장한가) - 백거이 | 박영숙영 | 2014.09.07 | 10190 |
135 | 춘산에 / 우탁 | 박영숙영 | 2014.06.18 | 262 |
134 | 고시조 모음 | 박영숙영 | 2014.06.18 | 19622 |
133 | [시조모음 ]<백설이 자자진 골에> 묵은 이색 | 박영숙영 | 2014.06.24 | 11569 |
132 | 靜夜思(정야사) - 이백 (중국명시) | 박영숙영 | 2014.05.08 | 2495 |
131 | 도연명 陶淵明, 중국 晉나라 시인 | 박영숙영 | 2014.06.18 | 264 |
130 |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 박영숙영 | 2014.06.16 | 249 |
129 | 賦得高原草送別(부득고원초송별)-백거이 (중국명시) | 박영숙영 | 2014.05.08 | 815 |
128 | 遊子吟(유자음)-맹교 (중국명시) | 박영숙영 | 2014.05.08 | 3201 |
127 | 파초우 /조지훈 | 박영숙영 | 2014.05.08 | 2646 |
126 | 고사(古寺)" /조지훈 | 박영숙영 | 2014.05.08 | 602 |
125 | 신부/ 서정주 | 박영숙영 | 2014.05.08 | 383 |
124 | 귀촉도(歸蜀途)/ 서정주 | 박영숙영 | 2014.05.08 | 962 |
123 | 벽(壁)/ 서정주 | 박영숙영 | 2014.05.08 | 1943 |
122 | 봄이 오면 산에 들에 /홍성란 | 박영숙영 | 2014.05.07 | 287 |
121 | 홍성란 /바람불어 그리운 날 | 박영숙영 | 2014.05.07 | 257 |
120 | 따뜻한 슬픔 ...홍성란 | 박영숙영 | 2014.05.07 | 345 |
119 | 홍성란 /들길 따라서 | 박영숙영 | 2014.05.07 | 549 |
118 | 홍성란 / 명자꽃 | 박영숙영 | 2014.05.07 | 874 |
117 | 시조대상 수상작 모음/ 홍성란, 정수자 | 박영숙영 | 2014.05.07 | 456 |
» | 正月二日立春 [입춘]/ 퇴계 이황 | 박영숙영 | 2014.02.16 | 925 |
115 | 조국의 영웅 "안중근 의사 어머니 편지"ㅡ "딴맘 먹지 말고 죽으라" | 박영숙영 | 2014.02.14 | 781 |
114 | 신부 /서정주 | 박영숙영 | 2014.02.10 | 6316 |
113 | 파초우(芭蕉雨)/詩: 조지훈 | 박영숙영 | 2014.02.10 | 845 |
112 | "不變(불변)" /학명선사 | 박영숙영 | 2014.02.06 | 604 |
111 | 靜坐然後知平日之氣浮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 | 박영숙영 | 2014.02.06 | 472 |
110 | 冬夜(동야) - 金三宜堂(김삼의당) | 박영숙영 | 2014.02.06 | 447 |
109 | 思齋 / <眞樂在閑居 金正國(1485~1541)> | 박영숙영 | 2014.02.06 | 270 |
108 | [스크랩]황진이 시모음 | 박영숙영 | 2013.07.05 | 4233 |
107 | 遣憂(견우) - 丁若鏞(정약용) | 박영숙영 | 2014.02.06 | 311 |
106 | 不疎亦不親(불소역불친) | 박영숙영 | 2014.02.06 | 417 |
105 | (詩)로 보는 이순신의 생각 읽기 | 박영숙영 | 2013.02.22 | 761 |
104 | 이순신 장군의 시조 모음 | 박영숙영 | 2013.02.22 | 8383 |
103 | 한국의 위인, 성웅 이순신 장군의 명언 | 박영숙영 | 2013.02.22 | 737 |
102 | (가노라 삼각산아) - 김상헌 | 박영숙영 | 2013.02.22 | 1770 |
101 | (장백산에 기를 꽂고) - 김종서 | 박영숙영 | 2013.02.22 | 862 |
100 | (한 손에 가시 쥐고)- 우 탁 | 박영숙영 | 2013.02.22 | 539 |
99 | (샛별지자 종다리 떳다) - 김천택 | 박영숙영 | 2013.02.22 | 6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