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의 시 모음

2015.07.06 13:22

박영숙영 조회 수:1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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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 소묘

 

벚 꽂은 지고

갈매기 너울너울

거울 같은 호수에 나룻배 하나

경포대 난간에 기대인 나와 영수

 

노송은 정정 정자는 우뚝

복숭아 꽂 수를 놓아 그림이고야

여기가 경포대냐 고인도 찾더라니

거리가 동해냐 여기가 경포냐

 

백사장 푸른 솔밭 갈매기 날으도다.

춘삼월 긴긴날에 때가는 줄 모르도다.

바람은 솔솔 호수는 잔 잔

저 건너 봄 사장에 갈매기 떼 날아 가네

우리도 노를 저어 누벼 볼까나

- 1951년 4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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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의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옥과도 같이 금과도 같이

아무리 혼탁한 세속에 젖을지언정

길이 빛나고 아름다 와라.

 

착하고 어질고 위대한 그대의 여성다운

인격에 흡수되고 동화되고 정화되어

한 개 사나이의 개성으로 세련하고 완성하리.

 

행복에 도취한 이 한밤의 찰나가

무한한 그대의 인력으로서 인생코스가 되어 주오.

 

그대 편안히 잠자는 모습을 보고

이 밤이 다 가도록 새날이 오도록 나는

그대 옆에서 그대를 보고 앉아

행복한 이 시간을

영원히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 1952년 7월 2일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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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 목련이 봄바람에 지듯이

 

상가(喪家)에는

무거운 침묵 속에

씨롱 씨롱 씨롱 매미 소리만이

가신님을 그리워하는 듯 팔월의 태양아래

붉게 물들인 백일홍이 마음의 상처를 달래주는 듯

 

한 송이 흰 목련이 봄바람에 지듯이

아내만 혼자가고 나만 홀로 남았으니

단장의 이 슬픔을 어디다 호소하리.

 

불행한 자에게는 용기를 주고

슬픈 자에게는 희망을 주고

가난한 자에는 사랑을 베풀고

구석구석 다니며 보살피더니

 

이제 마지막 떠나니 이들 불우한 사람들은

그 따스한 손길을 어디서 찾아 보리

 

그 누구에게 극락천상에서도 우리를 잊지 말고

길이길이 보살펴 주오

 

우아하고 소담스러운 한 송이 흰 목련이

말없이 소리 없이 지고 가 버리니

꽃은 져도 향기만은 남아 있도다

- 1974년 8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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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흰 목련

 

―遺芳千秋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산천초목도 슬퍼하던 날

 

당신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는 겨레의 물결이

온 장안을 뒤덮고 전국 방방곡곡에 모여서 빌었다오

가신 님 막을 길 없으니 부디 부디 잘 가오

 

편안히 가시오 영생 극락하시어

그토록 사랑하시던

이 겨레를 지켜주소서

- 1974년 8월 31일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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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먼 길을 떠나던 날

 

청와대 뜰에

붉게 피었던 백일홍과

숲속의 요란스러운 매미소리는

주인 잃은 슬픔을 애닯아 하는 듯

다소곳이 흐느끼고 메아리쳤는데

 

이제 벌써 당신이 가고 한달

아침 이슬에 젖은 백일홍은

아직도 눈물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

 

매미소리는 이제 지친 듯

북악산 골짜기로 사라져가고

가을빛이 서서히 뜰에 찾아 드니

세월이 빠름을 새삼 느끼게 되노라

 

여름이 가면 가을이 찾아오고

가을이 가면 또 겨울이 찾아 오겠지만

당신은 언제 또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한번 가면 다시 못 오는 불귀의 객이 되었으니

아 이것이 천정(天定)의 섭리란 말인가

아 그대여,

어느 때 어느 곳에서 다시 만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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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려고 다짐했건만

 

이제는 슬퍼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건만

문득 떠오르는 당신의 영상

 

그 우아한 모습

그 다정한 목소리

그 온화한 미소

백목련처럼 청아한 기품

 

이제는 잊어버리려고 다짐했건만

잊어버리려고 다짐했건만

잊어버리려고... ...

잊혀지지 않는 당신의 모습

 

당신의 그림자

당신의 손때 당신의 체취

당신의 앉았던 의자

당신이 만지던 물건

당신이 입던 의복

당신이 신던 신발

당신이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

 

'이거 보세요' '어디계세요'

평생을 두고 나에게

'여보' 한번 부르지 못하던

결혼하던 그날부터 이십 사년 간

 

하루같이 정숙하고도 상냥한 아내로서

간직하여온 현모양처의 덕을 어찌 잊으리.

어찌 잊을 수가 있으리.

- 1974년 9월 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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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리우면

 

당신이 이곳에 와서 고이 잠 든지 41일째

어머니도 불편하신 몸을 무릅쓰고 같이 오셨는데

어찌 왔느냐 하는 말 한마디 없소

잘 있었느냐는 인사 한마디 없소

 

아니야 

당신도 무척 반가워서 인사를 했겠지

다만 우리가 당신의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 뿐이야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내 귀에 생생히 들리는 것 같애

당신도 잘 있었소

홀로 얼마나 외로웠겠소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당신이 옆에 있다고 믿고 있어요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당신이 그리우면 언제나 또 찾아오겠소

 

고이 잠드오

또 찾아오고 또 찾아 올테니

그럼 안녕!

- 1974년 9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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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저 멀리 돌아오지 않는 육여사

 

한국의 밤은 깊어만 가고

초 생달 밤하늘에 은빛의 별

슬픔을 안겨준 국민의 벗이여

 

꽃같이 아름답고 우아한 마음

우주의 저 멀리 돌아오지 않는 육여사

 

한국의 바다에 해가 저물고

산 하늘의 새 날아 가도다

 

세월은 유사같이 행복은 사라지고

꽃같이 아름답고 우아한 마음

우주의 저 멀리 돌아오지 않는 육여사

- 1974년 11월 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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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바닷가에 혼자 앉아서

 

똑딱 배가 팔월의 바다를

미끄러 듯 소리 내며 지나 간다

저 멀리 수평선에 휜 구름이 뭉개 뭉개

불현 듯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이

 

저 구름 속에서 완연하게 떠오른다

나는 그곳으로 달려 간다

그이가 있는 곳에는 미치지 못한다

순간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뛰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망연이 수평선을 바라 본다

수평선 위에는 또 다시 일군의

꽃구름이 솟아오르기 시작 한다

 

흰 치마저고리 옷고름 나부끼면서

그의 모습은 저 구름 속으로 사라져 간다

느티나무 가지에서 매미소리 요란하다

 

푸른 바다 위에 갈매기 몇 마리가

훨훨 저 건너 섬 쪽으로 날아간다

비몽(比夢)? 사몽(似夢)?

수 백년 묵은 팽나무 그늘 아래

시원한 바닷바람이 소리 없이 스쳐간다

 

흰 치마저고리 나부끼면서

구름 속으로 사라져 간 그대...

- 1976년 8월 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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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저도의 오후

 

비가 내린다

그다지도 기다리던 단비가

바람도 거칠어졌다 매미소리도 멎어지고

청개구리소리 요란하다

 

검푸른 저 바다에는 고깃배들이 귀로를 재촉하고

갈매기들도 제집을 찾아 날아 간다

 

객사 창가에 홀로 앉아 저 멀리 섬들을 바라보며

음반을 흘러나오는 옛 노래를 들으면서

지난날의 추억을 더듬으며

명상 속에 지난날의 그 무엇을 찾으려고

끝없이 정처 없이 비오는 저 바다 저 하늘을

언제까지나 헤매어 보았도다

- 1976년 8월 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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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 육영수여사님을 보내는 영구차를 보면서

통탄의 뜨거운 눈물을 흘리시던

박정희 대통령 모습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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