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군수 이황의 단양 풍물시

 

1548년 정월 48세의 이황은 을사사화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서울 벼슬살이에 염증을 내어 자청해서 외임에 나섰다. 단양은 산수가 청가(淸佳)하다고 그는 칭찬하였는데, 오늘의 구단양 적성산(단산)에서 배를 띄워 장회나루 쪽으로 유람을 하며 선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碧水丹山界 푸른 강물이 단양과 맞닿아 있는데,

淸風明月樓 청풍 고을의 명월루가 아름답기도 하네

仙人不可待 만나려던 신선은 기다려 주지 않아,

怊悵獨歸舟 실망 속에 외로이 배만 타고 돌아오네.

 

 

단양군수 이황의 장회나루 풍물시 : 화탄(花灘)

 

장회나루는 남한강 본류와 제비봉에서 내려오는 하천이 합수되면서 험살궂은 여울목을 이루고 있다. 이황은 배를 띄워 구담봉과 옥순봉 일대를 한 바퀴 도는데 그 당시에는 대단히 물살이 빠르고 물결도 거셌던 듯하다. 이 시는 그 여울목이 ‘화탄(花灘)’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음을 알게 한다. 지금은 이러한 경치마저 손상되어 이황 시대처럼 격류를 이루지는 못한다.

 

 

峽柝雲霾遇一灘 두 골짜기 물 휩쓸려 성난 구름이 빗발치듯 여울목을 이루네

雷驚電激雪崩湍 천둥소리에 번쩍 벼락치고 눈사태 일어나는 듯한 형승일세

斯須脫得垂堂戒 이는 위태로운 짓 말아야 한다는 경고를 어기는 것과 같으니

[수당계 : 마루 끝에 다리를 늘어뜨리고 앉아 있는 것은 떨어질 위험이 있으니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는 뜻. ‘좌불수당(坐不垂堂)’이라고도 한다.]

一任仙篷雨打寒 신선이 탄 거룻배가 차가운 빗발에 난타 당하는 듯 위태롭구나.

 

 

이황의 문경새재 시 : 조령고개를 넘으며(鳥嶺途中)

 

‘퇴계집 별집 권5’에 실려 있는데, 상경의 서울길은 아니고 귀향의 고향길이다. 이 시는 꿩의 깩깩 하는 울음소리를 ‘각각(角角)’이라 표기하고 물의 졸졸 흐르는 소리를 ‘잔잔(潺潺)’이라 적는다. 행인을 만나는데 우선 반갑고 영남사투리이니 귀가 즐겁다 한다. 고향이 가까워 온다는 것을 이렇게 간접화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벼슬살이에서 해방되었으니 귀거래사를 느긋하게 불러나 볼거나 하는 심사이다.

 

 

雉鳴角角水潺潺 산 꿩은 깩깩깩 시냇물은 졸졸졸

細雨春風匹馬還 가랑비에 봄바람 맞으며 말 타고 돌아온다

路上逢人猶喜色 노상에서 사람을 만나니 참으로 반가운데

語音知是自鄕關 말소리 듣고 보니 고향 사람인줄 알겠네.

 

 

지금의 문경새재 도립공원에는 ‘퇴계시비’가 하나 세워져 있는데 한문 원문은 생략한 채 한글 번역시만 새겨놓고 있다. 이 시는 귀향길 아니라 상경길에서 읊은 것이었다. 이황은 서울 올라갈 적에는 늘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기만 하였다. 앞의 귀향시와는 다른 분위기로서 똑같은 새재 길이건만 험악하고 날씨마저도 사나워 사람과 말이 시달리는 중이다.

하건만 이런 어려운 행로임에도 시인은 짐짓 여유를 부리고 있다. 산은 은가루로 치장을 하고 있고 물은 곡옥의 구불구불한 모양이라 한다. 아무리 험한 길, 어려운 행로라 해도 거기에 묶이지 않는다. 산림과 수석을 관망하면서 안목을 놓치지 않고 흥취를 잃지 않는다.

 

어지러운 구름 산을 삼키고 뱉고 하다가 파묻으려 하는데

갑작스러운 눈과 사나운 바람이 말안장에 휘몰아쳐 오네

멀리 보이는 울창한 수림은 은가루를 덮어 치장을 하고

한 가닥 저 시냇물은 구불구불 곡옥(曲玉)의 모습이어라

 

 

이황 : 청풍 한벽루에서 묵다(宿淸風寒碧樓)

 

청풍문화재단지에 지금도 보존되어 있는 한벽루는 청풍 관아의 객사 동쪽에 있던 누각을 이전 이건시킨 것이었다. 이황은 서울 왕래를 할 적에 여러 번 이 누각에 들른 적이 있음을 그의 시를 통해 알게 한다.

이 시의 원문과 번역 및 주석은 인터넷의 다음 사이트에서 옮겨온 것이다.

‘영남퇴계학연구원・국제퇴계학회-한문강좌-퇴계시 역주 99-숙 청풍 한벽루’

(http://www.toegye.ne.kr)

 

 

半生堪愧北山靈 반평생 지난 일은 북산령에 부끄럽고,

一枕邯鄲久未醒 베개 속 깊은 꿈은 아직도 못 깨었네.

薄暮客程催馹騎 황혼의 타향 길에 역말을 타고 달리다가,

淸宵仙館對雲屛 맑은 밤 신선 집에 구름 병풍 마주했네.

重遊勝地如乘鶴 좋은 곳에 거듭 노니 학 타고 온 것 같고,

欲和佳篇類點螢 꽃다운 화답 시엔 반딧불이 앉듯 해라.

杜宇聲聲何所訴 두견이 슬피 우니 하소연 하는지,

梨花如雪暗空庭 눈 빛 같은 배꽃이 빈 뜰에 몰래 피네.

 

 

(주석)

* 「북산령(北山靈)」 : 주옹(周顒)이 북산에 은거하였다가, 뒤에 해염령(海鹽令)으로 출임(出任)하고, 다시 북산으로 돌아와 은거하려고 하자, 공치규(孔穉圭)가 북산 산신령의 뜻을 가장해서 북산이문(北山移文)을 지어 보내면서 그의 소행을 나무랐다.

* 「베개 속 깊은 꿈(一枕邯鄲)」 : 여옹(呂翁)이 한단(邯鄲)이란 곳을 지나다가 노생(盧生)이라는 사람을 만나 객주 집에서 같이 유숙하게 되었다. 주인은 그 때 기장밥을 짓고 있었다. 노생은 세상을 사는데 곤란과 재액이 많다고 하였다. 그러자 여옹이 행랑 속에서 베개 하나를 꺼내 주면서 이것을 베고 자면 영화를 누리고 소원을 이룰 것이라 말했다. 노생은 다만 자기가 베개를 베고 잠들던 것만 기억할 뿐이었다. 꿈속에서 노생은 바로 과거에 급제하고 장군도 되고 재상도 되었다. 그렇게 하여 오십 년 동안 비길 데 없이 영화를 누렸다. 그러다가 홀연히 하품을 하고 몸을 일으켜 깨고 보니 여옹은 그 옆에 앉아 있고 주인이 짓던 기장 밥도 아직 다 되지 않았다.

* 「구름 병풍(雲屛)」 : 중국 송나라 구양수(歐陽修)의 시에 『푸른 산 흰 구름이 잠자리 병풍일세.』라고 하고 있다.

* 「학 타고 온 것 같고(乘鶴)」 : 왕자교(王子喬)가 학 타기를 좋아하고 피리를 불어 봉황이 우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 「반딧불이 앉듯 해라(點螢)」 : 두보(杜甫)의 시에 『오직 나그네의 옷을 더럽힐 수 있을 뿐이라네.』라고 하고 있다.

* 「두견이 슬피 우니(杜宇)」 : ≪태평환우기(太平寰宇記)≫에 이렇게 나와 있다. 촉나라 왕 두우(杜宇)를 망제(望帝)라 하였다. 뒤에 왕위를 벌령(鱉令)에게 선위(禪位)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두견(杜鵑) 새가 되었다. 이 시는 왕의 명령을 받고 여러 곳을 달려 가다가 좋은 경치를 보고 읊조리면서, 두견의 울음소리와 떨어지는 꽃들을 보면서 모두 물과 같이 무상히 돌아간다는 생각을 읊은 것이다.

 

 

김창흡(金昌翕1653∼1722)의 단구일기(丹丘日記)

 

산악문학에 해당되는 ‘유산록’은 많지만 조선 선비들의 선유록(船遊錄)은 드문 경우에 해당된다. 김창흡은 그의 나이 36세 되던 1688년 3월 4일 덕포(오늘의 덕소)에서 출발하여 4월 7일까지 35일간 남한강 뱃길 여행을 하였다. 친구인 홍세태(洪世泰)와 동반하였고 그의 친형 김창협은 청풍 수령으로 지내고 있었다. 충주 목사 이징명(李徵明)은 관선(官船)을 타고 마중 나와 환대를 해주기도 했다. ‘단구’는 단양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그의 ‘단구일기’는 남한강을 전체적으로 유람한 드문 기행문을 이루었다. 이 여행기에는 300여 수의 시편들이 산문과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소망해본다.

김창흡의 여행기를 바탕으로 하여 남한강 옛 수로를 답사하여 그 풍물과 풍정을 복원해 보았으면 한다. 그는 양평 양수리에서 이포나루를 지나 신륵사 쪽으로 수상 여행을 하면서 주옥같은 시편들을 썼는데 오늘의 이포나루를 당시에는 이호(梨湖)라고 하였다.

 

 

擊汰梨湖山四低 이호로 노를 저어 다가가니 사방 산이 나지막해지고

黃驪遠勢草萋萋 황려(여주)는 저 멀리 풀만 푸르게 우거진 쪽에 놓인다.

婆娑城影淸樓北 파사산성 그림자는 청심루 북쪽으로 드리워지고

神勒鍾聲白塔西 신륵사 석종(石鐘) 소리는 백탑 서쪽으로 퍼져나간다.

積石波侵神馬迹 돌 자갈들에 부딪는 파도는 신마(神馬)의 발자취 같은데

二陵春入子規啼 이릉(二陵)에 찾아온 봄에 맞추어 두견새가 우는구나.

翠翁牧老空文藻 취옹 박은(朴訔)과 목은 이색(李穡)의 시문도 부질없게 되었도다.

如此風光不共携 이같이 좋은 풍광을 나와 함께 누리지 못하는 탓을 어찌할까

 

 

이 시에는 고유명사들이 대거 등장된다. 이호, 황려, 파사성, 청심루, 신륵사, 석종, 백탑, 이릉, 박은, 이색……, 여강 일대의 자연경관과 문화유적과 역사인물들을 한꺼번에 엮어놓고 있다. 시인은 17세기 당대에 여강 문화해설사임을 자처하고자 한 것이었을까. 김창흡의 율시는 오늘의 이포나루 문화역사기행 가이드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양평 두물머리(양수리)에서 북한강과 이별한 남한강은 이포나루로 들어서면서 사방 산들이 나지막해지는 대평원의 풍광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파사산성 그림자가 청심루 북쪽으로 드리워진다는 표현이 압권이다. 파사산성은 이호의 맞은편 쪽에 있기는 하지만 그 그림자가 강물에 비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청심루는 여주 관아 뒤쪽 언덕에 세워져 있는 누정이니 이호에서 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상상력이 발동된 시인은 이호와 파사성을 한통속으로 엮어놓고 여기에 청심루를 끌어당겨 묶어놓음으로서 이 호반이 참으로 교묘한 곳에 우수한 경관을 펼쳐 보이고 있음을 요약하여 알려주려 한다. 뿐만이 아니다. 신륵사 석종(石鐘) 소리가 백탑 서쪽으로 퍼져나간다 하여 흡사 이호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가상체험을 장식한다. 석종과 백탑은 오늘의 신륵사에 보존되고 있는데 나옹선사와 목은 이색의 색다른 연분이 존경스럽기도 하다.

특히 이 시의 다음 구절도 무심치가 않다. 돌 자갈들에 부딪는 파도가 신마(神馬)의 발자취 같다니 무슨 소리일까. 우선 김창흡은 이호의 강변에 유난히 자갈더미들이 수북이 쌓여져 있음을 관찰하고 있다. 오늘의 관광책자는 자갈밭이 많아 오토 캠핑장으로 유명세를 탄다고 적어놓고 있지만, 김창흡은 이 자갈들을 어째서 신마의 발자취 같다고 하는가.

신륵사로 건너가는 여강의 포구를 조포(潮浦)나루라 하는데 비만 왔다 하면 범람하는지라 홍수의 피해를 막기 위해 온갖 궁리들을 다 내게 하는 곳이었다. 조류의 격랑이 심한 이나루의 강가에 불쑥 튀어나온 마암(馬岩)이 있는데, 신마의 전설이 어려 있다.

여주의 옛 이름이 황려(黃驪)인데, 황마와 여마(驪馬; 검은 말)를 합쳐 지명을 삼은 것이었다. 마암에서 황마와 여마의 두 말이 물속으로부터 솟구쳐 올라 엄청난 홍수가 일어났는데 인당(印塘) 대사라는 이가 고삐를 던져 이 말에 재갈을 물리니 그제야 물결이 잠잠해졌다 한다. 신륵사라는 절 이름이 이로부터 유래되는데 신마에게 재갈을 물리게 한(勒) 절이라는 뜻이다.

이호 호반의 자갈밭이 신마의 발자취 같다 함은 조포의 마암이 정녕 신마라면 이호의 자갈밭은 그 말의 발자취에 해당되리라고 엉뚱하게 연상해보고 있는 중이다. 다음 시구도 의미심장하다. 이릉, 곧 두개의 능이라 함은 여주에 있는 세종의 영릉(英陵)과 효종의 영릉(寧陵)이다. 그런데 어째서 두견새(자규)의 울음소리만 들린다고 하는가. 시인의 역사 허무의식이 얼핏 배어난다. 성군 세종의 시절도 지나고 북벌의 포부를 아로새겼던 효종의 미완성 꿈마저 일장춘몽으로 사라진 시대 속에서 김창흡은 쓸쓸해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시의 결구(結句)야말로 절창이다. 시인보다 앞선 시대를 살았던 명사 박은과 이색을 시 속으로 끌어들여 자신의 탄식을 보태는 까닭이 무엇 때문인가. 그가 정신적으로 빈곤하고 각박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한탄이다. ‘여차풍광 불공휴(如此風光不共携)’라 하여 ‘여차 풍광’, 곧 이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함께 누리지 못한다 하였으니 절대의 절승지가 버림 받은 풍경, 상처 입은 풍광처럼 되고 있다.

‘단구일기’는 김창흡이 이호에서 배를 내려 ‘모재서원’을 찾았다고 쓰고 있다. 모재서원은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모재는 김안국의 호인데 그를 향사 지내는 서원의 이름은 기천서원(沂川書院)이었다. 오늘의 이포나루에 이 서원은 이미 없어졌고,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는다는 침류정(枕流亭)이라는 정자도 사라져버리고 침벽루라는 콘크리트 정자만 세워져 있다.

파산산성 건너편에 술천성(述川城)이 있다 하였는데 자취조차 없게 되고 육우당(六友堂)도 남아 있지 않다. 고려 말의 학자 김구용(1338-1384)이 우거하던 곳이었는데 처음에는 설(雪), 월(月), 풍(風), 화(花)를 네 벗으로 삼았다 하여 사우당이라 하다가 강(江)과 산(山)을 더하여 육우당이라 당호를 짓고 이색의 기문을 받았다 했다,

이호의 침류정은 변질되고 여주읍에 있었던 청심루마저 없어지고 그 자리에는 초등학교 교정이 들어서 있다. 이호와 여강의 강호문학과 누정문화를 상실 당하게 한 토건 개발 국토로 우리가 얻은 것이 이 시대의 문화가난이고 문화기근이기도 하다.

 

 

정약용(1762∼1836) : 봄날에 작은아버지와 함께 배를 타고 한양으로 가다[春日陪季父乘舟赴漢陽]

 

조선시대에 덕소∼팔당 일대는 명문가들의 ‘경기실학’이 융성하였다(노론 계열의 기호학파-이용후생학파/ 남인 계열의 근기학파-경세치용학파). 정약용의 고향은 바로 한강변에 있었기에 ‘한강 유람시편’들을 다수 남겼다. 그는 고향집에서 서울 왕래할 적에는 물론이려니와 부모의 묘소가 충주에 있었기 때문에 남한강 수로 왕래도 빈번하여 그때그때마다 시를 썼다. 그런가하면 수종사 산행시와 같이 양평 일대의 경관을 읊은 시편들도 다수 남겼다.

(정약용의 한시에 대해서는 인터넷의 ‘한국고전번역원-고전번역서-다산시문집’을 검색해볼 것. http://www.minchu.or.kr/index.jsp?bizName=MK)

1776년 2월 16일 15세 나이의 정약용은 작은아버지 정재진(丁載進)과 함께 배를 타고 한양으로 찾아드는데 부승지 홍화보의 딸과 혼례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그의 시는 사춘기 소년의 맑고 밝은 심성과 한강 풍광에 관한 예민한 관찰을 보여준다.

 

 

旭日山晴遠 아침 햇살 받아 산 기운 멀리까지 맑고

春風水動搖 봄바람 불어와 물결은 일렁거리고 있네

岸廻初轉柁 회돌이 벼랑 만나자 배의 키를 돌리는데

湍駛不鳴橈 여울물이 거세어 노 소리 들리지도 않네

淺碧浮莎葉 옅푸른 풀의 그림자 물위에 뜨고

微黃着柳條 샛노란 버들가지 싹들이 하늘거린다

漸看京闕近 차츰차츰 서울이 가까워지니

三角鬱岧嶢 우뚝한 삼각산 바위들이 높이 보이네

 

 

신경림 : 목계장터

 

여주 신륵사의 조포나루가 물화번성의 물류중심지를 이루었다면 충주 목계나루는 강원도-경상도-충청도의 뜨내기 장돌뱅이들의 애환이 몰려드는 장마당 나루였다. 탈속을 읊는 나옹선사와는 달리 신경림의 남한강 시는 뜨내기 삶의 서정이다. 외래 신문물에 밀려 장터는 썰렁해지고 유랑의 무리들은 흩어져야 하니 정처 없는 발길의 설움을 노래한다.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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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장백산에 기를 꽂고) - 김종서 박영숙영 2013.02.22 803
100 (한 손에 가시 쥐고)- 우 탁 박영숙영 2013.02.22 511
99 (샛별지자 종다리 떳다) - 김천택 박영숙영 2013.02.22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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