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의 어린 딸 / 어머니에 관한 시 모음
2014.05.14 06:35
나는 엄마의 어린 딸
박영숙영
뼈 속에 바람 들고
하얀 안개꽃 머리 위에 이고 있어도
나는 엄마의 어린 딸
엄마가 담아 보낸 김치 향에
목이 메던 젖 내음
징 소리로 울리는 빈 단지에
촉촉이 그리움 젖어 넘친다
휑한 눈에 튀어나온 광대뼈
햇빛에 그을린 초라한 모습으로
텃밭 가에 꽃씨를 뿌리시던
말 못했던 엄마의 속마음
화사한 꽃으로 피어나서
헤적헤적 부는 바람에 쓸쓸히 떨어지던
입을 다문 꽃잎들 곱게 접어
가슴 깊이 품었을 여자의 마음
채울 길 없는 빈 김치 단지에
생전에 엄마가 좋아하셨던
꽃들을 꽂아놓고 바라보니
무명 치마 흰 저고리 단아하게 차려입고
불경을 외우시던
엄마의 목소리 들리는 듯하다
+ 어머니 1
어머니
지금은 피골만이신
당신의 젖가슴
그러나 내가 물고 자란 젖꼭지만은
지금도 생명의 샘꼭지처럼
소담하고 눈부십니다.
어머니
내 한 뼘 손바닥 안에도 모자라는
당신의 앞가슴
그러나 나의 손자들의 가슴 모두 합쳐도
넓고 깊으신 당신의 가슴을
따를 수 없습니다.
어머니
새다리같이 뼈만이신
당신의 두 다리
그러나 팔십 년 긴 역정(歷程)
강철의 다리로 걸어오시고
아직도 우리집 기둥으로 튼튼히 서 계십니다.
어머니!
(정한모·시인, 1923-1991)
+ 어머니, 나의 어머니
내가 내 자신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때
나직이 불러본다 어머니
짓무른 외로움 돌아누우며
새벽에 불러본다 어머니
더운 피 서늘하게 거르시는 어머니
달빛보다 무심한 어머니
내가 내 자신을 다스릴 수 없을 때
북쪽 창문 열고 불러본다 어머니
동트는 아침마다 불러본다 어머니
아카시아 꽃잎 같은 어머니
이승의 마지막 깃발인 어머니
종말처럼 개벽처럼 손잡는 어머니
천지에 가득 달빛 흔들릴 때
황토 벌판 향해 불러본다 어머니
이 세계의 불행을 덮치시는 어머니
만고 만건곤 강물인 어머니
오 하느님을 낳으신 어머니
(고정희·시인, 1948-1991)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유튜브 박영숙영 영상'시모음' | 박영숙영 | 2020.01.10 | 104 |
공지 | 우리나라 국경일 | 박영숙영 | 2015.07.06 | 341 |
공지 | 우리나라에는 1년 중 몇 개의 국경일이 있을까요? | 박영숙영 | 2015.07.06 | 1635 |
공지 | 무궁화/ 단재 신채호 | 박영숙영 | 2015.06.16 | 277 |
공지 | 무궁화, 나라꽃의 유래 | 박영숙영 | 2015.06.16 | 710 |
공지 | ★피묻은 肉親(육친)의 옷을 씻으면서★ | 박영숙영 | 2014.10.19 | 442 |
공지 | [펌]박정희 대통령의 눈물과 박근혜의 눈물 | 박영숙영 | 2014.06.14 | 413 |
공지 | 박정희 대통령의 눈물 / 머리카락도 짤라 팔았다 | 박영숙영 | 2014.05.28 | 376 |
공지 | 어느 독일인이 쓴 한국인과 일본인 ** | 박영숙영 | 2011.08.02 | 500 |
공지 | 저작권 문제 있음 연락주시면 곧 지우겠습니다. | 박영숙영 | 2014.02.08 | 211 |
173 | 가면 / 문정희 | 박영숙영 | 2014.03.29 | 193 |
172 | 미안하다 / 정호승 | 박영숙영 | 2014.06.18 | 193 |
171 | 사람의 가을 / 문정희 | 박영숙영 | 2014.03.29 | 198 |
170 | 의 자 / 이정록 | 박영숙영 | 2014.02.08 | 199 |
169 | 수녀님과 스님의 우정 | 박영숙영 | 2013.12.01 | 199 |
168 | 완경(完經) - 한선향 | 박영숙영 | 2014.08.14 | 202 |
167 | 조오현의 〈아득한 성자 | 박영숙영 | 2019.05.30 | 202 |
166 | 감꽃 이야기/ 강정화 | 박영숙영 | 2013.12.19 | 210 |
165 | 빈 깡통 허공을 날다 / 김용언 | 박영숙영 | 2014.06.19 | 215 |
164 | 부모는.기뻐서 울었고 | 박영숙영 | 2015.06.17 | 216 |
163 |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 힘든지 / 문정희 | 박영숙영 | 2014.02.13 | 216 |
162 | 흔들리는 마흔 이순신을 만나다 | 박영숙영 | 2013.11.20 | 216 |
161 | 찔레 /문정희 | 박영숙영 | 2014.06.26 | 216 |
160 | 사랑...조병화 | 박영숙영 | 2015.05.12 | 217 |
159 | 화살과 노래 / H.W 롱펠로 | 박영숙영 | 2012.08.22 | 219 |
158 | 사랑법 첫째 / 고정희 | 박영숙영 | 2014.05.08 | 219 |
157 | 나무의 / 김용언 | 박영숙영 | 2014.06.19 | 219 |
156 | -풀꽃-나태주, | prkyongsukyong | 2013.08.21 | 222 |
155 | 꽃 멀미- 이해인 | 박영숙영 | 2015.06.14 | 222 |
154 | 이상화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박영숙영 | 2013.02.22 | 224 |
153 | 친구여! -법정스님- | 박영숙영 | 2013.12.01 | 224 |
152 | Un Fiume Amaro (쓸쓸한 강) | 박영숙영 | 2015.05.12 | 226 |
151 | - 스펜서 존슨의 《선물》 중에서 - | 박영숙영 | 2014.05.22 | 228 |
150 | 가을 /강은교 | 박영숙영 | 2014.09.19 | 233 |
149 | 한용운 /님의침묵 | 박영숙영 | 2013.02.22 | 234 |
148 | 그리움 / 최은하 | 박영숙영 | 2013.12.19 | 236 |
147 | 폐경 / 최삼용 | 박영숙영 | 2014.08.14 | 241 |
146 | 이 세상의 장미 - 예이츠 | 박영숙영 | 2013.02.22 | 244 |
145 | 결혼ㅡ하기전에는 눈을 뜨고 | 박영숙영 | 2013.05.29 | 248 |
144 | [펌]대한민국 뽀빠이 | 박영숙영 | 2013.05.14 | 253 |
143 | 치마 / 문정희 | 박영숙영 | 2014.02.07 | 256 |
142 |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 | 박영숙영 | 2014.05.08 | 261 |
141 | 딸아 연애를 하라 /문정희 | 박영숙영 | 2014.03.29 | 264 |
140 | [스크랩]어느 미국 대학교수가 수강생 전원에게 F를 준사연 | 박영숙영 | 2014.02.05 | 268 |
139 | 화접 /김종제 | 박영숙영 | 2012.03.22 | 271 |
138 | 어느 할머니가 남긴 외로운 감동적인 시 | 박영숙영 | 2014.01.17 | 277 |
137 | [그크랩]ㅡ죽음의 모래시계 | 박영숙영 | 2010.12.09 | 277 |
136 | 희망찬 새 해 맞으시길 | 정국희 | 2011.12.31 | 277 |
135 | 하늘의 기쁨을 함께 나눠요 | 노기제 | 2011.12.25 | 279 |
134 | 탈북자 김수진/백년이 뒤떨어진 곳에서 백년을 앞선 곳으로 | 박영숙영 | 2016.04.15 | 279 |
133 |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 박영숙영 | 2013.03.18 | 280 |
132 | 방랑자 잉거스의 노래 /예이츠 | 박영숙영 | 2013.02.22 | 281 |
131 | 아리랑의 참뜻을 아시나요? | 박영숙영 | 2015.08.02 | 283 |
130 | 시집을 받고 | 조옥동 | 2011.09.11 | 285 |
129 | 스승님에게 | 최상고 | 2010.10.28 | 287 |
128 | 聖誕과 新年을 祝福 祈願~!!! | 종파 | 2010.12.22 | 294 |
127 | 어떤 생일 축하 / 법정 | 박영숙영 | 2013.05.11 | 301 |
126 | 낙엽 / 예이츠 | 박영숙영 | 2013.02.22 | 302 |
125 | 꽃며느리밥풀 꽃 | 박영숙영 | 2014.02.07 | 305 |
124 | [스크랩]인생의 스승은 시간이다 | 박영숙영 | 2010.12.10 | 306 |
123 | 봄을 위하여 /천상병 외 | 박영숙영 | 2014.05.14 | 314 |
122 | 동백꽃 / 문정희 | 박영숙영 | 2014.03.29 | 315 |
121 | 스크랩 ㅡ내가 머문 자리는 아름답게 | 박영숙영 | 2011.02.20 | 317 |
120 | 생각의 힘 | 박영숙영 | 2010.12.10 | 322 |
119 | [스크랩]ㅡ할미꽃 | 박영숙영 | 2011.07.06 | 329 |
118 | [스크랩]ㅡ고통이 주는 의미를 깨달아라 | 박영숙영 | 2010.12.10 | 351 |
117 | 강아지와 남편,/유심조 | 박영숙영 | 2011.02.18 | 3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