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다

2005.05.23 03:31

오연희 조회 수:27

길을 잃다/오연희 머리 저장 기능은 뒷걸음 치고 기억해야 할 숫자는 늘어만 간다 손바닥 만한 수첩 속에 나를 지탱해 주던 온갖 번호들 눈길만 던지면 즉시 일어나 가고 싶은 길 무시로 열어 주었다 오늘 길을 잃었다 되짚어 보고 뒤집어 봐도 흔적이 없는 길 비밀의 시대에 비밀을 잃어버린 세상이 다 알아도 내가 모르면 모르는 길 추억만으로 이어질 수 없는 길 숫자로 통하는 세상 아슴푸레한 기억 더듬어 마구 눌러보는 번호 네가 나를 삭제하기 전에 되살려야 하는 그 막막한 길 music by 정수년 해금 2005년 미주문학 가을호 "심상" 2006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