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통

2005.05.26 09:06

장태숙 조회 수:23

    치통
               장태숙

처음 세상에 발 디밀 때 없던 것들이
몸에서 자라 들쑤신다

입 속에 갇혀 육신을 키워 낸 야무진 너의 기능
오랜 세월 일용할 양식을 씹고
네 의도와 상관없이 길들여졌던
수많은 날들의 곤고한 노동과 욕망의 거친 배후
이제 쇠약해지고 균열 간 상처 속으로
굶주린 통증들
손톱을 세우고 함부로 드나들었다
이 작은 것 하나가 전체를 뒤흔들다니!

깎여지고 둥그러져야 조금은 보이는 세상
버려야 할 것은 버려야 한다
희망일 수 없는 부식은
뼈 속을 기어다니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일지라도
절단내야 한다
한 때 빛나던 꽃잎처럼 입 안 가득 핏물 머금고
팽팽한 전율 일으키며
삶의 부스러기 떨어져 나가듯 팽개쳐진 너도
속절없이 슬프겠다

언제 다시 도발할 지 모르는 복병 같은
너를 잠재우고
도려낸 환부 덧씌우듯 덮어버린
이 속수무책
부디 나를 용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