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흔(傷痕)
2005.06.09 06:13
상흔(傷痕)
어머니 배꼽으로 흐르는
동란의 흔적
오십 년 넘은 세월에도
그 기억 환해서
돌멩이 씹듯 시큰거리는데
어머니의 어머니 황해도 고향 땅에 남기고 황급히 떠난 밤길, 그것이 이승의 마지막이란 걸 알았더라면 매선 겨울바람 눈가를 적시던 까닭을 눈치라도 챘으련만, 어머니의 어머니 어둠 속에서 흰 점 하나로 남을 때까지 지켜보고 계셨네, 손 흔들고 계셨네
밤새 탐욕의 폭죽처럼 터지던 요란한 꽃잎들의 행렬, 여린 살 총알에 관통되어 핏물로 짓이겨질 때 바그다드의 어린 소녀처럼 어머니, 눈물조차 흘리지 못했네
그리움과 기다림의 한 생애, 포화 속 도시처럼 흙먼지 뽀얗게 일었네 속울음 불같이 솟아올라 뼈마다 까맣게 그을렸네
어머니
전설의 고향처럼
나직나직 이야기 들려주시네
먼 훗날
바그다드의 그 소녀
자식, 손자 병풍처럼 앉히고
전설처럼 나직나직 이야기 들려주겠네
어머니 배꼽으로 흐르는
동란의 흔적
오십 년 넘은 세월에도
그 기억 환해서
돌멩이 씹듯 시큰거리는데
어머니의 어머니 황해도 고향 땅에 남기고 황급히 떠난 밤길, 그것이 이승의 마지막이란 걸 알았더라면 매선 겨울바람 눈가를 적시던 까닭을 눈치라도 챘으련만, 어머니의 어머니 어둠 속에서 흰 점 하나로 남을 때까지 지켜보고 계셨네, 손 흔들고 계셨네
밤새 탐욕의 폭죽처럼 터지던 요란한 꽃잎들의 행렬, 여린 살 총알에 관통되어 핏물로 짓이겨질 때 바그다드의 어린 소녀처럼 어머니, 눈물조차 흘리지 못했네
그리움과 기다림의 한 생애, 포화 속 도시처럼 흙먼지 뽀얗게 일었네 속울음 불같이 솟아올라 뼈마다 까맣게 그을렸네
어머니
전설의 고향처럼
나직나직 이야기 들려주시네
먼 훗날
바그다드의 그 소녀
자식, 손자 병풍처럼 앉히고
전설처럼 나직나직 이야기 들려주겠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99 | 풀 잎 사 랑 | 성백군 | 2005.06.18 | 26 |
798 | 게으름과 산행 | 김영교 | 2006.01.03 | 110 |
797 | 당신의 첫사랑 | 박경숙 | 2005.06.08 | 276 |
796 | 릴케의 조언 | 권태성 | 2005.06.07 | 103 |
795 | 이사를 하면서 | 박경숙 | 2005.06.06 | 139 |
794 | 수레바퀴 사랑 | 김영강 | 2009.07.12 | 122 |
793 | 뼈 속은 왜 비어있는가 | 윤석훈 | 2005.06.06 | 208 |
792 | 산불 | 정용진 | 2007.11.02 | 43 |
791 | 인생의 4계절 | 박경숙 | 2005.06.04 | 267 |
790 | 고향 이야기 | 백선영 | 2005.06.03 | 61 |
» | 상흔(傷痕) | 장태숙 | 2005.06.09 | 95 |
788 | 나무 한 그루 옮겨 심으며 / 석정희 | 석정희 | 2005.06.10 | 89 |
787 | 상처테 1, 2 | 김영교 | 2005.06.12 | 130 |
786 | 텃밭 일구기 1. | 장태숙 | 2007.08.14 | 19 |
785 | 밤비 | 강학희 | 2005.06.12 | 24 |
784 | 동그란 말 또는 생각들 | 강학희 | 2005.06.12 | 29 |
783 | 기忌제사를 맞으며 | 강학희 | 2005.06.12 | 43 |
782 | 어떤 진단서 | 이월란 | 2008.04.16 | 2 |
781 | 친구야! | 권태성 | 2005.06.13 | 27 |
780 | 오해를 받을 때 말없이 사랑하여라. | 박경숙 | 2005.05.31 | 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