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는 여자*에게
2005.06.22 12:12
피아노는 늘
육체를 다스리는 풍습에 젖는다
열 손가락으로 광! 광! 두들기는
말초신경의 뻔뻔함으로
육체를 거부하는 생리를 잘 알고 있는
피아노 치는 여자는
검정 속옷과 스터킹
어지러운 손가락 놀림
발밑에 눌리는 소프트 페덜만으로
피아노는 충분히 남자의 함정이다
피아노 치는 여자 목 아래로 푹 파여 있는
아늑한 함정이다
육체는 육체끼리
영혼은 영혼끼리
따로 떨어진 연습실에서 음계연습을 한다
머리를 잘 빚지 않는 남자를
자신에게 단단하게 묶어 두기 위하여
오늘도 밤늦도록 피아노 치는 여자여
이룰 수 없는 사랑,
저 싱싱한 페미니즘이 붉은 피를 흘릴 때
슬며시 고개를 드는 휴머니즘을 위하여
나를 때려 다오, 피아노 치는 여자여
여지 없이 나를 발로 짓눌러 다오
새까만 그랜드 피아노 소프트 페덜처럼
* 피아노 치는 여자 - 200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대표작 소설 제목
© 서 량 2005.02.09
육체를 다스리는 풍습에 젖는다
열 손가락으로 광! 광! 두들기는
말초신경의 뻔뻔함으로
육체를 거부하는 생리를 잘 알고 있는
피아노 치는 여자는
검정 속옷과 스터킹
어지러운 손가락 놀림
발밑에 눌리는 소프트 페덜만으로
피아노는 충분히 남자의 함정이다
피아노 치는 여자 목 아래로 푹 파여 있는
아늑한 함정이다
육체는 육체끼리
영혼은 영혼끼리
따로 떨어진 연습실에서 음계연습을 한다
머리를 잘 빚지 않는 남자를
자신에게 단단하게 묶어 두기 위하여
오늘도 밤늦도록 피아노 치는 여자여
이룰 수 없는 사랑,
저 싱싱한 페미니즘이 붉은 피를 흘릴 때
슬며시 고개를 드는 휴머니즘을 위하여
나를 때려 다오, 피아노 치는 여자여
여지 없이 나를 발로 짓눌러 다오
새까만 그랜드 피아노 소프트 페덜처럼
* 피아노 치는 여자 - 200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대표작 소설 제목
© 서 량 2005.02.09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559 | 시집(詩集) 진열대 앞에 서면 - 전주호 | 그레이스 | 2004.07.30 | 352 |
10558 | 감정 다스리기 - 김태윤 | 홍인숙(그레이스) | 2004.07.30 | 218 |
10557 | 시집 머리에 / 황금찬 | 홍인숙 | 2004.07.30 | 148 |
10556 | 나그네의 향수, 존재의 소외 / 박이도 | 홍인숙 | 2004.07.30 | 246 |
10555 | 홍인숙씨의 시집 '사랑이라 부르는 고운 이름 하나' 를 읽으며 / 강현진 | 홍인숙 | 2004.07.30 | 307 |
10554 | 홍인숙 시의 시인적 갈증(渴症)과 파장(波長)에 대하여 / 이양우(鯉洋雨) | 홍인숙(그레이스) | 2004.07.30 | 268 |
10553 | 일본인의 용기 | 홍인숙 | 2004.07.31 | 130 |
10552 | 슬픈 첨단시대 | 홍인숙 | 2004.07.31 | 151 |
10551 | 꽃을 피우는 사람들 | 홍인숙 | 2004.07.31 | 202 |
10550 | 기러기 아빠 | 전지은 | 2004.07.31 | 180 |
10549 | 소설 같은 사회 | 전지은 | 2004.07.31 | 230 |
10548 | 골든 파피의 전설 | 홍미경 | 2004.07.31 | 105 |
10547 | 너에게 나는 투명해지고 싶다 | 홍미경 | 2004.07.31 | 248 |
10546 | 간장 게장 | 홍미경 | 2004.07.31 | 201 |
10545 | 안개 속의 바다 | 홍인숙 | 2004.08.02 | 238 |
10544 | 내가 지나온 白色 공간 | 홍인숙 | 2004.08.02 | 170 |
10543 | 백제의 미소 | 임성규 | 2004.08.02 | 196 |
10542 | 고향집 폐허 | 박경숙 | 2004.08.04 | 449 |
10541 | 달팽이 | 백선영 | 2004.08.04 | 119 |
10540 | 서울, 그 가고픈 곳 | 홍인숙(그레이스) | 2004.08.04 | 3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