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2005.06.28 19:54
기 다 림
먼 옛날, 어린 여섯 살 적엔
남쪽에서도 맨 남쪽 끝 포구에서
종착역을 향해 달려들어오던
막차 기적 소리에 홀로 귀기우리며
귀가하는 어머니를 기다리고
포구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이면
몸을 뒤척이는 어머니 곁에서
천둥 소리에 놀라 잠을 깨고
자신에겐 어머니 밖에 가족이 없다는
칠흑 같은 적막 속에 다시는 잠못 이루고
봉창이 밝아올 푸른 아침만을 기다렸다
긴 뱃고동 소리가 포구안을 울리면
소년은 부둣가 객선 앞에 홀로 나가서
남의 이별도 만남도 훔쳐 보면서
홀로 이별도 하고
하늘에서 구슬피 우는 갈매기처럼 살았다.
그렇게 철이 든 소년은
어느날 포구의 노을가를 떠나
먼 도시로 길을 떠나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휘돌다가
이제 먼 이국땅 팜추리 밑에 섰지만
기다림은 늘 슬픔으로 그의 볼을 적시고
이제 더는 찾아갈 곳도
더는 돌아갈 곳도 없는
지친 바람 끝에서
이제 그가 기다려야 하는 것은
긴 기다림이라는 낡은 욕망의 옷을 벗고
신의 거울 앞에 나가
자신의 알몸을 만나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멀고 긴 그의 기다림이 모두 끝나는
죽음인지도 모른다
먼 옛날, 어린 여섯 살 적엔
남쪽에서도 맨 남쪽 끝 포구에서
종착역을 향해 달려들어오던
막차 기적 소리에 홀로 귀기우리며
귀가하는 어머니를 기다리고
포구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이면
몸을 뒤척이는 어머니 곁에서
천둥 소리에 놀라 잠을 깨고
자신에겐 어머니 밖에 가족이 없다는
칠흑 같은 적막 속에 다시는 잠못 이루고
봉창이 밝아올 푸른 아침만을 기다렸다
긴 뱃고동 소리가 포구안을 울리면
소년은 부둣가 객선 앞에 홀로 나가서
남의 이별도 만남도 훔쳐 보면서
홀로 이별도 하고
하늘에서 구슬피 우는 갈매기처럼 살았다.
그렇게 철이 든 소년은
어느날 포구의 노을가를 떠나
먼 도시로 길을 떠나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휘돌다가
이제 먼 이국땅 팜추리 밑에 섰지만
기다림은 늘 슬픔으로 그의 볼을 적시고
이제 더는 찾아갈 곳도
더는 돌아갈 곳도 없는
지친 바람 끝에서
이제 그가 기다려야 하는 것은
긴 기다림이라는 낡은 욕망의 옷을 벗고
신의 거울 앞에 나가
자신의 알몸을 만나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멀고 긴 그의 기다림이 모두 끝나는
죽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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