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2005.07.02 10:27

장태숙 조회 수:63

   수술
                    장태숙

뭉텅뭉텅 잘려나간 팔뚝과
새로 돋은 손톱 같은 잎사귀
파리한 입술로 잔디밭에 떨어진다
제 그림자의 면적만큼 수북히 쌓인 팔들을
바라보는 저 나무의 인내
고향 어귀의 느티나무 닮은

제멋대로 뻗어 가는 몸이 무거웠을까?
살과 뼈와 핏줄이 잘려지는 전지(剪枝)의 고통을 감내하며
두 눈 부릅뜨고 뿌리에 안간힘을 썼을
신음소리가 아프다

전기톱이 지나 간 자리
허공에 떠 있는 몽당팔들의 동그란 단면이
가슴을 제거한 환자처럼 눈물겹고
흘러나온 상처의 핏물이 잦아드는 동안
바람이 하얀 붕대를 풀며 다가왔다

가지와 가지가 욕심처럼 엉켜 보이지 않던 하늘이
물결처럼 파랗게 일렁일 때
마취되지 않은 나무는
떨어져 나간 진한 제 살내음 속에서도
끝내 울지 않았다.

- 우이시 2005년 7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