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2005.07.02 10:27
수술
장태숙
뭉텅뭉텅 잘려나간 팔뚝과
새로 돋은 손톱 같은 잎사귀
파리한 입술로 잔디밭에 떨어진다
제 그림자의 면적만큼 수북히 쌓인 팔들을
바라보는 저 나무의 인내
고향 어귀의 느티나무 닮은
제멋대로 뻗어 가는 몸이 무거웠을까?
살과 뼈와 핏줄이 잘려지는 전지(剪枝)의 고통을 감내하며
두 눈 부릅뜨고 뿌리에 안간힘을 썼을
신음소리가 아프다
전기톱이 지나 간 자리
허공에 떠 있는 몽당팔들의 동그란 단면이
가슴을 제거한 환자처럼 눈물겹고
흘러나온 상처의 핏물이 잦아드는 동안
바람이 하얀 붕대를 풀며 다가왔다
가지와 가지가 욕심처럼 엉켜 보이지 않던 하늘이
물결처럼 파랗게 일렁일 때
마취되지 않은 나무는
떨어져 나간 진한 제 살내음 속에서도
끝내 울지 않았다.
- 우이시 2005년 7월호 -
장태숙
뭉텅뭉텅 잘려나간 팔뚝과
새로 돋은 손톱 같은 잎사귀
파리한 입술로 잔디밭에 떨어진다
제 그림자의 면적만큼 수북히 쌓인 팔들을
바라보는 저 나무의 인내
고향 어귀의 느티나무 닮은
제멋대로 뻗어 가는 몸이 무거웠을까?
살과 뼈와 핏줄이 잘려지는 전지(剪枝)의 고통을 감내하며
두 눈 부릅뜨고 뿌리에 안간힘을 썼을
신음소리가 아프다
전기톱이 지나 간 자리
허공에 떠 있는 몽당팔들의 동그란 단면이
가슴을 제거한 환자처럼 눈물겹고
흘러나온 상처의 핏물이 잦아드는 동안
바람이 하얀 붕대를 풀며 다가왔다
가지와 가지가 욕심처럼 엉켜 보이지 않던 하늘이
물결처럼 파랗게 일렁일 때
마취되지 않은 나무는
떨어져 나간 진한 제 살내음 속에서도
끝내 울지 않았다.
- 우이시 2005년 7월호 -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859 | 선다님과 그리고 거시키 | 백선영 | 2005.07.04 | 99 |
| 858 | 형벌의 벌판 | 백선영 | 2005.07.04 | 68 |
| 857 | 잠깐 쪽팔리고 평생 후회 안하기 | 노기제 | 2005.07.04 | 63 |
| 856 | ★오시는 손님들께 안내말씀★ | 이기윤 | 2005.07.04 | 68 |
| 855 | 삼켜버린 진짜 진주 | 김영강 | 2005.07.04 | 102 |
| 854 | 유나의 하루 | 김사빈 | 2005.07.04 | 115 |
| 853 | 믿어 주는 데에 약해서 | 김사빈 | 2005.07.04 | 83 |
| 852 | 사랑의 바이러스 | 박경숙 | 2005.07.03 | 106 |
| 851 | 늦은 봄 강가에서 | 권태성 | 2005.07.03 | 59 |
| 850 | 길 | 윤석훈 | 2005.07.02 | 42 |
| 849 | 고구마 / 종파 이기윤 | 이기윤 | 2005.07.02 | 42 |
| 848 | 반사체 / 종파 | 이기윤 | 2005.07.02 | 43 |
| 847 | 신록(新綠) / 종파 | 이기윤 | 2005.07.02 | 52 |
| » | 수술 | 장태숙 | 2005.07.02 | 63 |
| 845 | 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 장태숙 | 2005.07.02 | 50 |
| 844 | 무심(無心)을 선물 받다/'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 조만연.조옥동 | 2011.12.25 | 44 |
| 843 | 탄생 | 박경숙 | 2005.06.29 | 55 |
| 842 | 슬픈 사슴은 | 권태성 | 2005.06.29 | 76 |
| 841 | 석류의 사랑 | 강민경 | 2005.06.28 | 64 |
| 840 | 기다림 | 박영호 | 2005.06.28 | 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