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의 시

2005.08.14 16:47

안경라 조회 수:57

  뼈속의, 살 속의 온 신경이 분해되어 오늘은 그것 으로 비가 오는 듯 싶어 그 비에 매 맞고 그 아픔으 로 정신을 차리고 싶었다. 이 우울의 확실한 이유가 몸 속 깊숙히 박혀서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에 나는 그저 그 몹쓸 것을 살 살 달래는 방편으로 책방 에 들러야 했다. 접힌 우산을 펼 수 없는 끊어진 신 경을 몇 권의 시집 속, 단단한 싯구를 찾아 이을 수 있으랴만.   낮동안 오래도록 조용조용 비가 내리고 절대안정의 공기 속에서 침묵은 위험한 사상으로 자꾸만 나를 좇 는데 오후의 막다른 골목 어귀에서 순한 농도의 술 한 잔으로 일시에 하늘이 내려올 듯한 저 젖은 고요 를 '제 위치!'할 수 있을까.  혀 끝이 달달한 약한 명령으로.  잘게 부서진 신경세포의 눈물로. 비가 그 저 비가 아닌양, 밤을 이어 우울한 가슴 적시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39 말. 말, 말 세상 강학희 2005.08.07 42
» 우기의 시 안경라 2005.08.14 57
937 나무타령 정용진 2005.08.07 47
936 나무.2 정용진 2005.08.07 45
935 마음 / 종파 이기윤 2005.08.05 40
934 푸른 노래 안경라 2005.08.05 41
933 감사합니다 권태성 2005.08.05 49
932 밴드부 불량배들 서 량 2005.08.03 47
931 해변에서 오연희 2005.08.03 41
930 생명 오연희 2005.08.03 33
929 버릴 수 없는 것이 눈물 겹다. 강숙려 2005.08.03 42
928 간이역 백선영 2007.07.19 45
927 생수의 강가에서 김영교 2007.07.19 38
926 벽지 속의 못 백선영 2005.08.02 53
925 여행용 향티슈 / 종파 이기윤 2005.09.29 50
924 백담사(百潭寺) 수봉 2005.08.02 48
923 소용돌이 속에서 홍인숙(그레이스) 2005.07.31 49
922 어떤 약속 홍인숙(그레이스) 2005.07.31 48
921 침묵이 필요했던 날 홍인숙(그레이스) 2005.07.31 43
920 바람 부는 날 홍인숙(그레이스) 2005.07.31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