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火葬)
2005.08.25 06:07
화장(火葬)
고열의 화덕 속으로
고요한 그대가 들어간다
창밖엔 눈물 같은 비, 젖는
한 여름 녹음(綠陰)
묵묵히 습한 추억 닦아내고
불 달군 지느러미 훅훅 일렁이며
소복자락 파고드는 저 끈끈한 바람의 입술
불에 덴 듯 자지러지는 매미 울음소리가
거미줄처럼 척척 목덜미에 휘감긴다
그대가 이승을 뜨는구나
흔적 없이 사라지는구나
얼마나 뜨거워져야 한 생애 무심히, 무심히 지우는가
지운다고 지워질 수 있는가
'희망가' 구성지던 낮은 음색
빗속에 선명하고
슬픈 문신 같은 그대 떠나는 날
세상도 뜨거워 비를 뿌리지만
아득히 타들어 가는 저 흐릿한 산봉우리들
이승을 떠나는 그대는 고요하고 고요한데
살아있는 육신들
건너편 휴게실에서 밥을 먹는다
먹는 일이 그렇게 슬프게 보이다니
까맣게 탄 가슴들
눈 환한 기억의 길 위에서 툭툭 부서져 내리는
흰 눈처럼 순결한 내 시아버님 보내는 날
고열의 화덕 속으로
고요한 그대가 들어간다
창밖엔 눈물 같은 비, 젖는
한 여름 녹음(綠陰)
묵묵히 습한 추억 닦아내고
불 달군 지느러미 훅훅 일렁이며
소복자락 파고드는 저 끈끈한 바람의 입술
불에 덴 듯 자지러지는 매미 울음소리가
거미줄처럼 척척 목덜미에 휘감긴다
그대가 이승을 뜨는구나
흔적 없이 사라지는구나
얼마나 뜨거워져야 한 생애 무심히, 무심히 지우는가
지운다고 지워질 수 있는가
'희망가' 구성지던 낮은 음색
빗속에 선명하고
슬픈 문신 같은 그대 떠나는 날
세상도 뜨거워 비를 뿌리지만
아득히 타들어 가는 저 흐릿한 산봉우리들
이승을 떠나는 그대는 고요하고 고요한데
살아있는 육신들
건너편 휴게실에서 밥을 먹는다
먹는 일이 그렇게 슬프게 보이다니
까맣게 탄 가슴들
눈 환한 기억의 길 위에서 툭툭 부서져 내리는
흰 눈처럼 순결한 내 시아버님 보내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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