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보(業報)

2003.06.09 00:06

강학희 조회 수:503 추천:44

업보/강학희

무언가 미진한 날은 청소를 한다
생각에 겨를을 주지않고
성깔을 쓸고 닦다 종내(終乃)
천정의 거미줄마저 거둔다

발 앞으로 툭 떨어지는 왕거미 하나
눈길 피해 쏜살같이 달아나다
재빠른 오른 발에 납작 터져버린 검은 거미
멍하니 바라보는 새
졸졸졸 기어 나오는 아기거미들
아미, 무슨 짓을 했나! 아-, 너희들마저도
어미 없는 자식이 되었구나!
가만가만 담아다 풀숲에 데려다주었다

밤마다 젖가슴 찾아 스멀스멀
연(緣)을 풀어내는 새끼거미들
그 밤마다 업의 줄에 허우적이는 나
몸만 가고 남은 엄마의, 언니의 유물처럼
눈에서 치워진다고 치워지는 업일는가
풀대궁 대궁마다 도사리고 있는 왕거미들,


월간 스토리 문학 1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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