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보(業報)
2003.06.09 00:06
업보/강학희
무언가 미진한 날은 청소를 한다
생각에 겨를을 주지않고
성깔을 쓸고 닦다 종내(終乃)
천정의 거미줄마저 거둔다
발 앞으로 툭 떨어지는 왕거미 하나
눈길 피해 쏜살같이 달아나다
재빠른 오른 발에 납작 터져버린 검은 거미
멍하니 바라보는 새
졸졸졸 기어 나오는 아기거미들
아미, 무슨 짓을 했나! 아-, 너희들마저도
어미 없는 자식이 되었구나!
가만가만 담아다 풀숲에 데려다주었다
밤마다 젖가슴 찾아 스멀스멀
연(緣)을 풀어내는 새끼거미들
그 밤마다 업의 줄에 허우적이는 나
몸만 가고 남은 엄마의, 언니의 유물처럼
눈에서 치워진다고 치워지는 업일는가
풀대궁 대궁마다 도사리고 있는 왕거미들,
월간 스토리 문학 11. 2004
무언가 미진한 날은 청소를 한다
생각에 겨를을 주지않고
성깔을 쓸고 닦다 종내(終乃)
천정의 거미줄마저 거둔다
발 앞으로 툭 떨어지는 왕거미 하나
눈길 피해 쏜살같이 달아나다
재빠른 오른 발에 납작 터져버린 검은 거미
멍하니 바라보는 새
졸졸졸 기어 나오는 아기거미들
아미, 무슨 짓을 했나! 아-, 너희들마저도
어미 없는 자식이 되었구나!
가만가만 담아다 풀숲에 데려다주었다
밤마다 젖가슴 찾아 스멀스멀
연(緣)을 풀어내는 새끼거미들
그 밤마다 업의 줄에 허우적이는 나
몸만 가고 남은 엄마의, 언니의 유물처럼
눈에서 치워진다고 치워지는 업일는가
풀대궁 대궁마다 도사리고 있는 왕거미들,
월간 스토리 문학 1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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