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투시하다 2
2005.12.25 02:33
나를 투시하다 2 / 강학희
-대장내시경
터널 속으로 불이 들어간다.
캄캄한 동굴 저 아래로
번득 번득 통방울 외눈 희번득이며
굼실굼실 기어 들어간다.
덜컹, 덜컹이는 굴렁쇠
길고 어둡고 음습한 내 허기진 통로
감지된 돌출물 파헤쳐지는가
환청처럼 먼 진동, 굉음 울린다.
터널을 휩쓴다.
스스로는 배설할 수 없던
내 안에 섭생한 미움욕망분노오만의
변종세포, 폴립* 뿌리 채 도려진다
태초의 동굴처럼 가물가물 멀어있던 터널
마침내 울 엄마 하얀 옥양목 치맛자락 같은 환한 빛,
기다리고 있던 한줄기 시간이 채워진다
펄럭이는 나를 차지한다.
*polyp/용정茸腫: 체강(體腔) 벽에서 튀어나와 자라난 것.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시집 : 오늘도 나는 알맞게 떠있다 | 강학희 | 2012.11.27 | 1317 |
143 | 조이 시인에게 [1] | 김영교 | 2022.12.22 | 33 |
142 | 잠잠하여라 | 강학희 | 2003.07.08 | 322 |
141 | 잠시, 그냥 잠시 | 강학희 | 2003.07.08 | 331 |
140 | 문門.1 | 강학희 | 2005.02.25 | 345 |
139 | ? (물음의 자괴감) | 강학희 | 2003.06.10 | 350 |
138 | 찔려도 좋은 바늘 | 강학희 | 2004.07.26 | 350 |
137 | 나의 심방(心房) | 강학희 | 2003.08.13 | 351 |
136 | 내 손에게 | 강학희 | 2003.06.22 | 356 |
135 | 그림자 | 강학희 | 2003.06.22 | 369 |
134 | 단심(丹心) | 강학희 | 2003.09.04 | 369 |
133 | 바람 소리 | 강학희 | 2003.06.13 | 371 |
132 | 열매 맺히는가? | 강학희 | 2003.11.01 | 372 |
131 | 그저 한점 바람이고 싶어라 | 강학희 | 2003.07.09 | 376 |
130 | 사각이 세상 | 강학희 | 2003.07.16 | 376 |
129 | 푸른 밤 푸른 강 | 강학희 | 2003.06.10 | 391 |
128 | 산다는 건. 2 | 강학희 | 2004.05.12 | 393 |
127 | 가을 밤에는... | 강학희 | 2004.10.10 | 393 |
126 | 보기와 읽기의 산책 | 강학희 | 2003.12.27 | 395 |
125 | 그대에게 | 강학희 | 2004.12.27 | 396 |
124 | 넘어지지 않는 남자 | 강학희 | 2003.11.27 | 403 |